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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AI와 크립토 업계를 비교하는 글들을 많이 본다. 대부분 AI를 치켜세우고 크립토를 깎아내리는 내용인데, 흥미롭게도 그런 글들이 주로 크립토 업계 종사자들에게서 나온다. 어설프게나마 두 분야를 모두 경험해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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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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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AI와 크립토 업계를 비교하는 글들을 많이 본다. 대부분 AI를 치켜세우고 크립토를 깎아내리는 내용인데, 흥미롭게도 그런 글들이 주로 크립토 업계 종사자들에게서 나온다. 어설프게나마 두 분야를 모두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나눠보려 한다.

AI가 지금 가장 뜨겁고, 아마도 지적 밀도가 가장 높은 산업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인터넷 기업과 빅테크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전통 산업도 AI에 뒤처질까봐 앞다퉈 올라타려 하고 있다. 전 세계가 달려드는 AI 앞에서 크립토가 초라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등을 못 따라간다고 해서 쓰레기는 아니다. 크립토보다 기회도 적고 전망도 어두운 업계는 여전히 수두룩하다.

크립토에 대한 실망감은 이해한다. 한때 큰 기대를 받았던 분야들, NFT, 메타버스, GameFi 같은 것들이 매스 어답션은커녕 점점 쪼그라들거나 사라졌으니까. 한때 업계 안팎을 흔들었던 것들이 결국 조용히 막을 내렸다. 기술 발전 방향이 잘못된 것인지, 업계 리더들이 제 역할을 못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립토는 아직 20년도 안 된 산업이다. 많은 것들이 원래부터 실험적인 성격을 띠었고, 지금 당장 사망 선고를 내리기엔 이르다.

게다가 크립토는 실제로 검증된 쓸모 있는 영역들도 만들어냈다. 국경을 넘는 결제와 송금, B2B 정산에서 활용되는 스테이블코인, 점점 규모가 커지는 RWA, 그리고 전 세계 시가총액 20위 안에 드는 디지털 금 BTC까지.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하이퍼리퀴드를 예로 들며 이번 사이클에 크립토 창업이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하는 것도 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하이퍼리퀴드는 직원 1인당 매출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회사다. 창업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380억 달러 밸류에이션을 달성했고, 2025년 한 해 매출만 8억 4,400만 달러다. 비교하자면, 역대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Cursor는 2025년 11월 기준 밸류에이션이 293억 달러였고, 최근 공개된 연환산 매출은 20억 달러, 현재 500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 중이다. 하이퍼리퀴드 수준이 되어야 성공이라면, AI 업계에서도 그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팀은 극히 드물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말하려 한다.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AI 업계가 아무리 번성해도, 그 혜택을 내가 직접 누릴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크립토가 압도적인 강점을 가진다.

Jeff의 말처럼, "ChatGPT를 초창기에 쓴다고 OpenAI가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크립토에서는 하이퍼리퀴드를 초기에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어드롭을 받을 수 있다."

내 경험을 두 가지 얘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 많은 친구들이 알다시피 나는 학부와 대학원 모두 명문대학 컴퓨터 전공이고, 대기업에서 알고리즘 인턴도 했다. 웬만한 또래보다 실력과 학벌에서 앞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AI 업계에서 내가 마주하는 상대는 상위 1%, 심지어 0.1%의 인재들이다.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나마 나는 AI 업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은 갖췄다. 하지만 수학적 사고력, 교육 수준, 성장 배경 등의 이유로 AI 업계에 아예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을 알아도, 그게 그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온라인 강의를 팔거나 설치 대행 서비스를 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 될 텐데, 그건 마케팅과 트렌드를 타는 능력의 문제지 AI와는 별 관련이 없다.

두 번째. 나는 2월 중순부터 AI 분야에 자산을 배분하려고 Pre-IPO나 사모펀드 투자 기회를 알아봤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대로 된 딜 하나를 완성하지 못했다. 웬만한 사람보다 유리한 조건이었다. 내 자금도 있고, 업계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서 정보 채널도 다양하고 딜에 접근하기도 쉬운 편이다. 그런데도 프로젝트당 100만~3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해도, 전통 금융의 테이블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주도권이 없고 그냥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지금 각 기관들이 AI에 엄청나게 포모를 느껴서 줄을 서서 투자하고 있으니, 일반인들은 밸류에이션이 라운드마다 뛰어오르는 걸 구경만 할 수밖에 없다. 수수료 비교, 채널 신뢰성, 법적 서류, 투자자 자격 요건 같은 복잡한 문제들은 덤이다.

이게 바로 크립토의 가치 분배 구조가 가진 엄청난 강점이다. 일반인도 그냥 참여자로서 업계의 성장 과실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전통 테크 업계에서 유저는 돈을 내고 제품을 쓰거나, 아니면 자신이 제품이 된다.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you are the product(공짜로 쓰고 있다면, 당신이 상품이다)"라는 말처럼. 그리고 경제적 이익은 결국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크립토에서는 에어드롭이 있다. 데이터를 기여하는 동시에 그 가치를 나눠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또한 크립토의 타임라인은 다른 업계와 비교해 극단적으로 압축되어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시드 투자부터 IPO까지 5~10년이 걸리고, 일반인은 IPO 이후에야 주식을 살 수 있어 초기 성장의 과실을 누리기 어렵다. 크립토에서는 이 시간이 1~3년으로 줄어들고, 초기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보상을 받을 기회가 생긴다.

크립토의 퍼미션리스 특성과 전 세계 유동성을 끌어모으는 효과는 어떤 카지노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투기판을 만들어낸다. 크립토 특유의 정보 전달 방식은 개인 투자자들도 정보 비대칭을 통해 수익을 낼 기회를 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TRUMP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행한 밈코인을 모두가 0.2달러에 공평하게 살 수 있었고, 이틀 만에 300배 이상 올랐다. 이 중 어느 하나도 전통 금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런 특성들은 양날의 검이다. 그래서 크립토에는 사기, 가치 없는 코인, 실체 없는 프로젝트가 넘쳐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크립토는 일반인에게 극단적인 분산을 제공하는 곳이다. 하룻밤에 인생이 역전되는 사람도 있고, 전 재산을 날리는 사람도 있다.

돌아보면, AI 업계를 떠나 크립토에서 4년을 버텨온 나는 이번 AI 물결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한편으로는 크립토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여전히 기적이 가장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업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부 에너지를 크립토에서 빼내어 AI, 미국 주식, 테크 관련 투자 기회를 탐색할 것이다. 지금 크립토 전체의 유동성과 관심도가 약세장 사이클에 있어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고, 주식 시장이야말로 일반인이 AI 혜택을 가장 현실적으로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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