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오래된 상상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발령이 나는 것.
그 발령이 실제로 났습니다.
전원에게, 동시에, 공지 없이.
AI툴 리스트가 그 발령장입니다.
리서치팀, 디자인팀, 영상팀이 배속됐습니다.
직함은 대표. 회사는 1인.
취임식만 생략됐습니다.
반려
그런데 대부분이 이 발령을 반려합니다.
사유란에는 구독비라고 적혀 있습니다.
진짜 사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는 평생 실무자로 훈련받았습니다.
훈련이 워낙 잘 돼서,
대표 자리가 몸에 안 맞는 겁니다.
백지
앉아보면 압니다.
대표의 일은 시키는 것이고,
시키려면 먼저 원하는 게 있어야 한다는 걸.
"시간만 있으면 나도 하지"가
모두의 알리바이였는데,
이제 시간도 손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책상 위 서류가 전부 백지입니다.
뭘 시킬지부터 내가 써야 하는.
출근
전원이 대표로 발령 났는데,
대부분은 실무자 책상으로 돌아가 앉습니다.
익숙해서. 그리고 솔직히는, 백지가 무서워서.
격차는 실력이 아니라
백지 앞에서 첫 줄이 나오는지에서 납니다.
발령은 이미 났고,
출근하는 사람만 대표가 됩니다.
Fable 5 Hig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