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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
Telegram · @juhyukb

AI로 만들어지는 콘텐츠에 대해 말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면, AI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그냥 '콘텐츠' 수준으로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거 같음.

게시
2026.09.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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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AI 콘텐츠'는 진짜 그냥 공장처럼 찍어내는 것들을 의미함.

이런 것들은 대부분 남을 따라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있음.

3D 애니메이션으로 엄청나게 유명한 fern이라고 하는 채널에서 이번에 AI로 만들어진 유튜브 영상들이 다 자기 스타일을 따라한다는 영상을 올렸는데, 한번 직접 fern 모방 채널들을 들어가서 보시면 알겠지만, 전체적인 구성을 다 베끼고 아주 살짝만 다르게 만드는 게 다임.

사실 이걸 '만든다'라고 하는 표현도 부끄러울 정도로 그냥 대놓고 표절함.

그리고 AI를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식의, ROI가 높은 접근법을 취함.

왜 그럴까?

장인과 공장의 차이임.

공장은 수익률을 최대화 하기 위해서 단가를 낮추고 더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임.

장인은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함.

그래서 AI로 만든건 콘텐츠고, 직접 만든 건 아트가 되는 거 같음.

당연히 AI를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장인들 사이에는 자칫 욕쳐먹기 일쑤인 거 같음.

대표적인 예시가 이번에 나온 타이가의 80년대 오마쥬 앨범.

피치포크에서 무려 0점을 받은 이 앨범이 얼마나 구린지 궁금해서 사실 한번 들어봤는데 진짜 좀.. 구림.

왜 구릴까? 그냥 80년대라고 하는 것을 시뮬레이팅, 즉, 베끼기만 해서 그렇고, 그것도 어설프게 해서 그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지만 모방하는 것에만 에너지를 쏟는다면 창조도 없지 않을까. 모방을 통한 창조를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 것 같다.

그리고 소비를 하는 사람도 모방의 수준 조차도 낮은 무언가를 소비할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울 것.

그래서 'AI 콘텐츠'가 가지는 모방/저퀄이라고 하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 만큼의 좋은 것을 만들거나, 아예 지금부터 장인의 길을 걷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함.

게다가 AI 콘텐츠의 대부분은 복제 및 생산에 최적화된 형태를 띄기 때문에 한번 바이럴 타면 모두 다 베껴버려서 꿀통이 순식간에 박살나는 현상이 발생함.

예를 들어 이번에 신비한 건축사전이라고 하는 채널이 뜨고 나서 똑같은 형식의 영상들을 게재하는 채널들이 유튜브와 인스타에 대거 등장했음.

인터넷의 등장으로 배포에 대한 해자가 없어졌고, AI의 등장으로 생산에 대한 해자가 없어짐.

그러므로 절대 베낄 수 없는 걸 생산해야 함.

절대 베낄 수 없는 건 뭘까?

과거에 대한 나의 해석이 될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어디에도 밝힐 수 없는 나의 생각일 수도 있음.

그런데 AI에게 이걸 대신 해달라고 부탁하면 남들과 같아져버림. AI는 내가 못하는 걸 다 해주지만, 나의 의도를 수억개의 인풋에 섞어버려서 나의 흔적이 사라지는 결과물을 만들어냄.

그러므로 나를 표현하는 수단을 스스로 배워야함. 당연히 처음에는 AI로 생성해낸 것처럼 편하지도 않고 다양한 실험을 하기도 어려울 거임.

하지만 내가 선택한 툴의 한계 속에서 나만의 방법들이 생기고 그게 독창성으로 발현되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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