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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
Telegram · @juhyukb

이번 하락 원인 한줄 요약: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이 지속되면서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누적되었고, 이번 하락으로 다 터진 것

게시
2025.10.11 20:09
조회
2,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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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야?” 하고 묻는다…

이쯤에서 탈렙의 『Antifragile(안티프래질)』를 다시 꺼내 읽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루 만에 증발한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규모는 말도 안 된다. Hyperliquid에서만 15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줄었고, 시장 전체 수치를 보면 더 정신 나간 숫자가 나올 거다.

사람들은 언제나 명확하고 단순한 헤드라인을 원한다. FTX, 루나, 셀시우스 — 우리는 이미 수많은 ‘총알 맞은’ 붕괴 사례들을 겪었고, 이번에도 그런 걸 찾으려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번 일은 아마 2021년 5월의 ‘청산 도미노’와 더 비슷할 거다. 몇 달간 상승장이 이어지고 변동성이 낮아지면, 사람들은 점점 더 큰 돈을 좇으며 더 큰 위험을 감수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지금 매크로 환경이 어떤가. 금은 온스당 4천 달러를 찍고, 주식은 매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다. 수익을 내고 있어도, 달러라는 분모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그 수익이 상대적인 승리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코인 매수 논리가 점점 ‘지능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멍청해지고 있다. “CZ 정원의 개 이름이 $ASTERIX래! 이번 시즌은 BSC야!” — 이런 말이 진지하게 투자 논리로 유통된다.

모바일 팬텀 앱으로 똥코인을 뒤집던 솔라나 전선의 트레이더들이 이젠 어떤 쓰레기 퍼프 덱스(perp DEX)가 수십억 달러짜리라는 ‘논리’를 설파한다. 자기들이 하는 게임이 뭔지도, 뭘 하고 있는지도 전혀 자각이 없다.

거기에다 유동성은 뒷받침되지도 않는데 ‘퍼프(무기한 선물)’ 서사를 좇는 이들이 몰려든다. 합성 달러를 담보로 쓰고, 외부 참고 지표도 없는 프리마켓 퍼프를 거래하며, 카지노에서 울지 말라는 소리를 조폭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마피아처럼 떠든다.

현실은 이렇다. 지난 몇 달간 시장에 돈이 넘쳐나고 신규 프로젝트마다 불타는 자금이 몰려들면서, 많은 취약점이 그 유동성 속에 감춰져 있었을 뿐이다.

소매 투자자들의 FOMO는 과열됐고, 창업자들은 토큰 가격을 제품의 ‘성적표’로 착각하며 충격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데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이해는 간다. 하이프 게임에 뛰어들지 않으면 죽는 게 크립토다. 때로는 FOMO를 타지 않으면 큰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이건 끝없이 미묘한 균형 싸움이고, 우리 모두 완벽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 잔소리 많은 노인의 책에서 이번 사태를 설명해줄 몇 가지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다시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탈레브의 『안티프래질』 내용 보충 설명

“낮은 변동성은 안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스템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

겉으로 보면 변동성이 낮다는 건 좋은 일처럼 느껴진다. 가격이 출렁이지 않고, 시장이 ‘평온’하게 움직이는 것 같으니까. 그런데 탈레브는 그걸 위험 신호라고 본다. 왜냐하면 변동성이 사라진다는 건 시스템이 작은 충격을 흡수하고 적응할 기회를 잃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숲에 작은 산불이 자주 일어나면, 낙엽과 마른 가지가 조금씩 태워지면서 커다란 화재가 일어날 연료가 쌓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불이 한 번도 나지 않으면? 표면적으로는 조용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료가 점점 쌓이고 있고, 어느 날 아주 작은 불씨 하나가 거대한 산불을 만든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작은 조정과 변동이 자주 일어나면 시스템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반복하며 점점 더 탄력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모두가 “지금은 너무 안정적이야”라며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더 큰 레버리지를 쓰고, 더 무모한 포지션을 잡기 시작하면 — 그 안정감이 오히려 폭발력을 키운다.

결국 어떤 사건이 ‘촉발점’이 되든지 간에, 그 충격이 커지는 이유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가 이미 취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탈레브의 말대로라면 진짜 ‘안티프래질’한 시스템이란 건 매일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고, 조금씩 흔들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점점 더 단단해지는 구조다. 반대로, 변동성이 사라지고 ‘안정’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그건 평온이 아니라 폭풍 전의 고요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크립토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도 정확히 이 패턴이다. 몇 달간의 저변동성과 상승장이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은 없다”는 착각을 만들었고, 그 착각이 시장 전체를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충격이 왔을 때 반응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붕괴’처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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