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잠재가치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노동가치와 비교하는 것이다. 연봉 $100K인 사무직 100만 명의 결과물을 1GW의 컴퓨트가 만들어 낸다면 연간 경제적 가치는 $100B/GW다. 완전한 AGI라면 그 값이 GW당 수천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나간다.
물론 이는 모델이 사람의 일을 완전히 대체하고, 높은 가동률로 작동하며, 검수와 실패 비용이 크지 않다는 강한 가정에 기반한 상한 사고실험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 가치가 누구의 매출과 이익이 되느냐다. 이 관점에서 현재 가장 큰 잉여는 최종 사용자와 기업 고객에게 돌아간다. 독립 AI 애플리케이션이 지금까지 포획한 이익은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모델 랩은 음의 추론 매출총이익에서 높은 양의 매출총이익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투자 초기에는 칩과 파운드리가 공급망 초과이익을 크게 가져갔지만, 최근에는 HBM·기판·즉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트가 새로운 병목이 되면서 가치 포획의 중심도 이동하고 있다.
Jane Street는 모델 사용료보다 훨씬 큰 거래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례로 등장한다. Meta도 한때 Anthropic 매출의 최대 10%를 차지했다는 소문과 함께, 모델을 광고 알고리즘과 참여도 개선에 사용해 토큰 비용보다 큰 내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사례로 언급된다. 다만 Jane Street의 계약 조건, Meta의 매출 비중과 “참여시간 5% 증가”는 기업 공시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대담에서 제시된 주장과 예시다.
이 사례가 보여 주는 핵심은 명확하다.
컴퓨트 입찰력은 모델을 판매하는 랩에만 생기지 않는다. 광고, 거래, 검색, 커머스처럼 AI의 판단을 즉시 현금흐름으로 바꿀 수 있는 기존 사업자도 매우 높은 내부가치/MW를 만들 수 있다.
20GW가 곧바로 $1T의 매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대담에 등장하는 20GW와 $50M/MW-year를 단순히 곱하면 $1T가 된다. 그러나 전체 20GW에는 연구와 학습용 컴퓨트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40%인 8GW만 추론에 배정되고 그 용량이 $50M/MW-year의 매출을 낸다면 연율화 추론 매출은 약 $400B다.
따라서 원문의 $750B–$1T를 확정적인 매출 전망으로 쓰는 것은 부정확하다. $1T는 20GW 전체가 생산적인 추론 용량과 같은 매출을 낸다는 기계적 상한에 가깝다.
AI가 만든 초과이익은 한 층에 고정되지 않는다. 고객의 지불의사가 높아지면 모델 가격이 오르고, 모델 랩의 입찰력이 높아지면 컴퓨트 가격이 오르며, 공급망은 다시 증설한다. 그 과정에서 공급탄력성이 가장 낮은 병목으로 초과이익이 이동한다. 이것이 곧 소비자물가가 같은 비율로 오른다는 뜻은 아니지만, AI 공급망 내부에는 강한 가격 상승 압력을 만들 수 있다.
5. 랩은 왜 돈이 되는 추론보다 내부 R&D를 택하는가
당시 랩들은 전체 컴퓨트의 약 40%를 추론에 사용하고, 나머지를 연구실험과 모델 개발에 배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추론 용량이 $30M–$40M/MW-year의 매출을 만들고 있다면, 더 많은 용량을 추론에 투입해 당장 이익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랩의 경영진은 마지막 1MW의 현재 현금이익과 미래가치를 비교한다.
같은 MW를 내부 연구에 사용해 다음 모델을 먼저 출시하면, 그 효과는 연구에 투입한 1MW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후 확보할 수십 GW의 매출/MW와 컴퓨트 입찰력까지 높일 수 있다. 외부 판매보다 내부 사용의 기대현재가치가 더 클 수 있다는 논리는 여기에서 나온다. 대담 후반에는 내부 R&D 가치가 MW당 수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강한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공개된 R&D 수익률이 아니라 재귀적 자기개선 가능성에 기댄 추정이다.
근거로 제시된 것은 Anthropic의 컴퓨트가 계속 늘었는데도 월별 신규 ARR 증가폭은 둔화됐다는 점이다. 이를 한계 컴퓨트의 더 큰 비중이 이미 R&D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다만 가동 시차, 이용률 변화, 가격정책과 매출 인식 방식도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므로 확정된 내부 배분으로 보기는 어렵다.
추론을 완전히 줄일 수도 없다. 외부 서비스는 현금흐름과 고객관계, 실제 사용 데이터와 제품 유통망을 제공하고, 그 현금이 다시 R&D를 지원한다. 최적 배분은 결국 마지막 추론 MW의 현재 이익과 마지막 R&D MW의 기대가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더 많은 연구 컴퓨트가 실제로 더 빠른 모델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중국 모델의 추격은 바로 이 전제를 시험한다.
6. 중국은 훨씬 적은 컴퓨트로 왜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드는가
중국 선두 랩의 전체 컴퓨트는 대체로 100~200MW 수준으로 추정되며, ByteDance의 Seed는 이보다 큰 예외로 언급된다. 그런데 Kimi, GLM, DeepSeek 같은 모델은 공개 평가에서 미국 프런티어 모델과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
핵심은 “좋은 모델에는 컴퓨트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최종 학습에 필요한 동시 컴퓨트와 랩이 보유한 전체 컴퓨트가 다르다는 것이다.
Anthropic의 컴퓨트 배분은 대략 연구실험 50%, 모델 개발 10%, 추론 40%로 나뉜다는 추정이다. 여기서 앞의 60%가 모두 하나의 최종 학습 작업에 동시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대담에서 예로 든 가칭 Mythos급 모델의 사전학습은 약 두 달 동안 200MW 미만의 단일 클러스터를 사용한다. 강화학습도 단일 시점의 최대 사용량 기준으로 이보다 작을 수 있다.
미국 랩이 보유한 나머지 수GW는 여러 연구 아이디어와 데이터 조합을 시험하고, 추론을 제공하며, 순차적으로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데 사용된다. 그래서 현재에는 전체 컴퓨트 격차만큼 단일 모델의 성능 차이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 알고리즘 효율, 데이터 품질과 학습·서빙 엔지니어링도 이 간극을 줄인다.
다만 자동화된 코딩과 연구가 가능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미국 랩이 축적한 컴퓨트 재고가 복리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중앙 논리다.
수출통제는 영구 격차보다 시간을 번다
2022년 이후 중국 내 신규 데이터센터 AI 컴퓨트는 세계 신규 용량의 10% 미만으로 추정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중국은 2028년에도 전체 AI 컴퓨트가 30GW 이하일 수 있지만, SMIC·CXMT 등의 생산 확대를 통해 그해 국산칩만으로 5~10GW를 추가할 수 있다.
2029년에는 중국이 50GW를 추가하는 경로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당시 중국산 칩의 성능과 효율을 고려하면 그 50GW가 미국산 최신 칩 약 20GW와 비슷한 유효 연산량일 수 있다는 추정이다. 이 환산은 2029년의 특정 신규 물량에 대한 거친 가정이지, 중국의 모든 컴퓨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비율은 아니다.
미국은 민간 자본시장을 통한 선투자에 강하고, 중국은 정책금융과 보조금을 특정 산업에 집중해 제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데 강하다. 따라서 수출통제는 영구적인 격차를 보장하기보다 미국의 자동화 연구가 시작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는 정책에 가깝다.
결국 경쟁은 두 시계의 경주다.
- 미국 랩의 모델·자동화 연구 플라이휠이 얼마나 빨리 가속되는가
- 중국의 칩·HBM·패키징·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얼마나 빨리 규모화되는가
미국의 도약이 늦고 중국의 제조 확대가 빠르면 격차는 다시 줄어들 수 있다. Kimi와 Qwen의 추격은 $ / MW 원리를 반증하지 않는다. 다만 OpenAI와 Anthropic이 계속 가장 높은 가치/MW를 만드는 주체일 것이라는 가정을 반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