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컴퓨트 가격/MW-year는 1MW의 컴퓨트 용량을 1년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매출/MW-year는 그 용량으로 외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얻는 매출이다. 경제적 가치/MW-year는 광고, 거래, 연구, 비용 절감 등 내부 사용까지 포함해 만들어 내는 총가치다.
AI 랩의 단위경제학이 달라졌다.
프런티어 랩은 데이터센터의 GPU를 이용해 모델을 연구·학습하고, 완성된 모델을 추론 서비스로 제공해 매출을 얻는다. 대담의 출발점은 GPT-4를 NVIDIA Hopper에서 서비스하던 시기에는 요청을 하나 더 처리할수록 손실이 나는 음의 추론 매출총이익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모델 연구와 추론 서비스 모두 외부 투자금에 크게 의존했다.
이후 두 가지가 동시에 달라졌다. 모델·칩·서빙 소프트웨어의 효율이 개선되면서 같은 MW로 더 많은 요청을 처리할 수 있게 됐고, 모델 성능이 좋아지면서 사용량과 고객의 지불의사도 높아졌다.
당시 컴퓨트의 기초 가격은 대략 $10M–$15M/MW-year로 제시된다. 반면 Anthropic이 실제 고객 요청 처리에 배정한 일부 생산적 추론 용량에서는 매출이 최고 $50M/MW-year에 이르렀다는 추정이 나온다. 즉 컴퓨트에 10을 지출해 50의 매출을 만드는 구간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다만 세 가지는 혼동하면 안 된다.
- `$50M/MW-year`는 회사 전체 컴퓨트의 평균이 아니라 생산적으로 가동되는 특정 추론 용량에 대한 SemiAnalysis의 추정이다.
- 매출 50에서 컴퓨트 비용 10을 뺀 40이 곧바로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력, 네트워크, 데이터, 연구개발과 본사 비용도 들어간다.
- 특정 추론 서비스의 매출총이익이 양수라는 사실은 랩 전체가 흑자라는 뜻이 아니다. 대규모 연구·학습과 선행 설비투자는 계속 현금을 소모한다.
그럼에도 이 변화는 중요한 플라이휠을 만든다.
단위경제성이 좋아졌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누가 새로 건설되는 컴퓨트를 가장 높은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가?
2. 컴퓨트를 가지고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았으니 세계의 컴퓨트를 흡수한다.
여기서 제시되는 2026~2029년 숫자는 세계의 전체 컴퓨트 보유량이 아니라 그해 새로 추가되는 AI 컴퓨트 용량이다. SemiAnalysis는 연간 신규 증설량을 2026년 약 30GW, 2027년 50GW, 2028년 70GW, 2029년 90~100GW로 예상한다.
이 추정에 따르면 OpenAI와 Anthropic이 가져가는 몫은 2026년 신규 용량의 약 30%, 2027년 40~50%다. 공격적인 시나리오에서는 2028년 70~80%까지 올라간다. 2029년의 두 랩 점유율은 별도로 제시되지 않는다.
개별 랩의 규모를 보면 OpenAI는 2026년 초 약 2GW, Anthropic은 2GW 미만에서 시작해 연말에는 두 회사가 각각 5GW를 넘는다는 추정이다. 다만 이 시작·종료 수치와 앞의 세계 신규 용량 점유율은 계약 시점과 워크로드 분류가 서로 달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각각 별도의 공급망 추정으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이미 체결된 계약을 바탕으로 보면 2027년 세계 신규 용량의 40~50%가 두 랩의 워크로드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도 세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1. 신규 유입량(flow)과 이미 설치된 누적 용량(stock)은 다르다. 신규 용량의 절반을 가져간다고 세계 전체 컴퓨트의 절반을 보유하는 것은 아니다.
2. 물리적 소유와 경제적 통제도 다르다. AWS의 서버에서 Claude가 실행되더라도 그 워크로드가 Anthropic의 매출을 만들면 이 분류에서는 Anthropic 수요로 잡힌다.
3. 와트와 유효 FLOPs도 다르다. GB300, TPU v7, Trainium3 같은 신형 하드웨어가 이전 세대보다 와트당 성능이 3~5배 높다면, 두 랩의 전력 점유율보다 실제 사용 가능한 연산량 점유율이 더 빠르게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두 랩이 세계 컴퓨트의 대부분을 곧 소유한다”보다 다음 표현이 정확하다.
두 랩이 신규 용량의 큰 몫을 흡수하고 최신 하드웨어를 먼저 사용한다면, 2028년 말 세계 유효 FLOPs의 상당 부분을 경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모델 우위와 매출/MW 상승이 계속된다는 조건이 붙은 상단 시나리오다.
하지만 높은 지불의사가 존재해도 칩, 전력,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즉시 늘어나지 않는다.
3. 공급은 왜 수요만큼 빨리 늘어나지 못하는가
AI 공급망은 긴 채찍과 같다. 프런티어 랩에서 시작된 수요 신호가 가속기, HBM, 첨단 패키징, 웨이퍼 장비, EUV 광학계, 변압기와 발전설비까지 전달되고 실제 생산능력으로 바뀌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대표적인 예가 ZEISS의 EUV 광학계다. ZEISS는 2026년 기준 60대에서 2030년경 연간 약 100대의 EUV 장비에 필요한 광학계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높였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높은 가격에 반응해 공급을 늘리지만, 돈을 투입한 즉시 숙련인력과 정밀부품, 전력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2027년의 공급망 투자 규모도 크다. 웨이퍼 제조장비에 약 $200B, 데이터센터·가속기·에너지 공급망까지 합치면 전체 설비투자가 $2T를 훨씬 넘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랩의 현금흐름이 빠르게 늘더라도 공급망 전체를 한꺼번에 현금으로 조달할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컴퓨트 가격은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가
GB300에 Kimi 같은 공개 모델을 올려 API로 판매하는 사업자도 $10M–$15M/MW-year의 컴퓨트에서 매출을 낼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가격대에서도 여러 수요자가 돈을 벌 수 있다면 OpenAI와 Anthropic이 2028년 신규 용량의 70% 이상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25M, $30M, 경우에 따라 $50M/MW-year까지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 숫자는 희소한 최신 용량의 상단 가격이지 시장 평균 전망이 아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2027년 말에도 대부분의 컴퓨트가 $20M/MW-year 미만에서 거래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건설 전에 장기 고객계약과 금융조달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짓는 사업자는 선택권을 가진다
일반적인 GPU 클라우드는 고객의 장기계약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고 나서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반면 Meta, 대형 하이퍼스케일러와 SpaceX처럼 기존 현금흐름과 대차대조표가 강한 기업은 최종 고객이 확정되기 전에 먼저 설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들은 완공 시점의 가격을 보고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 광고·검색·추천·연구 등 자체 사업에 사용한다.
- 일반 클라우드 고객에게 판매한다.
-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프런티어 랩에 임대한다.
고객 없이 먼저 지을 수 있는 능력은 반드시 승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내부 사용과 외부 판매 사이에서 더 높은 수익을 고를 수 있는 강한 선택권이다.
규제의 효과는 한 방향이 아니다. 모델의 공개나 내부 사용을 제한하면 랩의 매출/MW와 컴퓨트 입찰력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건설을 막는 규제는 물리적 공급을 줄여 이미 가동 중인 컴퓨트의 가격을 높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