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SaaS — 같은 구조, 다른 시대
신문 산업과 SaaS 산업은 놀라울 만큼 같은 궤적을 따르고 있다.
신문의 경제학은 지리적 희소성 위에 세워졌다. 한 도시에서 인쇄기와 배달망을 가진 자가 독점적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고성장 → 지역 통합 → 과점적 수익성. 그러나 TV, 라디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환경 변화가 이 구조를 무너뜨렸다.
배포(distribution) 비용이 0에 수렴하면서, 누구나 퍼블리셔가 될 수 있게 되었다. 개별 퍼블리셔에게는 기회였지만, 집단적으로는 경제적 파괴였다.
SaaS의 경제학은 코드의 희소성 위에 세워져 있다.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엔지니어가 희소하기 때문에, 잘 만든 소프트웨어는 per-seat 구독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AI가 코드 생성 비용(cost of code)을 구조적으로 0에 수렴시키고 있다.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 SaaS의 경쟁 환경이 "희소"에서 "풍요(abundance)"로 재편되고 있다.
핵심 투입 요소가 희소 → 풍요로 바뀌는 순간, 가치(수익 풀)는 반드시 '다른 희소'로 이동한다.
이번엔 다르다: Interface 자체가 사라진다
신문이 무너질 때,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등장해서 가치를 흡수했다. 웹사이트, 앱, 뉴스피드. 이것이 Aggregation Theory 1.0이다.
Google은 검색으로, Facebook은 피드로, Uber는 모바일 앱으로 — 인터넷 위에서 공급자를 모으고, 더 나은 UX로 수요를 장악했다. 공급자가 많아질수록 사용자에게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핵심 해자였다.
이번엔 인터페이스 자체가 통합되고 있다. 사용자가 앱을 열고, 키워드를 입력하고, 결과를 비교하는 행위가 — 음성 또는 자연어로 AI Agent에게 의도를 말하면, 뒷단에 연결된 여러 앱, 문서, 서비스를 알아서 처리하는 행위로 바뀐다.
이것이 Aggregation Theory 2.0이다.
1.0이 인터넷 위에서 UX(검색/피드/앱)로 공급자를 모았다면, 2.0은 자연어와 음성으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자체를 모아서, 고객에게 결과만 가져다준다.
해자도 바뀐다. 1.0의 해자가 네트워크 효과와 UX였다면, 2.0의 해자는 고객의 개인 맥락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가, 그리고 신뢰할 만한 결과물을 가져다주는가이다.
새로운 희소: 가치는 어디로 이동하는가
코드가 풍요로워지면, 경쟁은 "기능 수"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토큰, 컴퓨트, 지연시간, 신뢰성, 보안 — 실행 제약이 새로운 병목이 된다. 유지보수, 보안 패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통합, 고객 지원 같은 제품의 전체 수명주기를 책임지는 레이어에 가치가 집중된다.
코딩이 아무리 빨라져도, 누군가는 결제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규제를 준수해야 하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자산을 평가해야 하고,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쥐고 있는 비즈니스는 AI 때문에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AI 덕분에 더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Vertical AI의 생존 조건: 3가지 질문
Nihar Bobba가 제시한 프레임워크가 여기서 핵심이 된다.
Foundation model 회사들(Anthropic, OpenAI, Google)이 빠르게 수직 확장하고 있는 지금, Vertical AI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아래 세 질문에 모두 "우리"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누가 주체(principal)인가? — 고객의 도구인가, 결과의 책임자인가?
2. 누가 liability를 소유하는가? — 일이 잘못되면 누구의 문제인가?
3. 누가 규제 기관과의 관계를 갖고 있는가? — 감사관이 전화할 곳은 어디인가?
셋 다 "고객"이라면, foundation model이 당신을 대체할 수 있다. 셋 다 "우리"라면, 당신이 가진 것은 AI로 복제할 수 없는 구조적 방어력이다.
Frontier lab과 경쟁하지 말고, 그들의 고객이 되어라. 변호사를 위한 AI 도구가 아니라, AI-native 로펌을 만들어라. 세무사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세금을 대신 신고하고 감사를 대신 받는 서비스를 만들어라.
고성장이 나올 4가지 영역
1. Outcome-as-a-Service: 도구가 아닌 결과를 파는 기업
세금/법률/회계 소프트웨어는 commodity가 된다. 세금/법률/회계 대행 — AI Agent가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에 대한 보장료를 청구하는 모델 — 은 프리미엄을 받는다. Per-seat 구독료에서 insurance pricing으로의 전환. 고객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확실성(certainty)에 돈을 낸다.
2. Agent Infrastructure: 에이전트 시대의 인프라
개인과 기업이 수백에서 수천 개의 Agent를 운용하는 세상에서, 현재의 인프라는 여전히 인간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Agent 간 통신(MCP/A2A), Agent 관리, Agent 보안, Agent 과금 — 이 모든 인프라가 새로 필요하다. 결제(Stripe), 물류(Amazon), 컴퓨팅(AWS/Azure) 같은 기존 인프라 위에, Agent-native 계층이 쌓인다.
3. Trust Layer: 신뢰가 새로운 해자
AI Agent에게 금융, 의료, 법적 결정을 위임하려면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할 만한 사람을 찾듯, 신뢰할 만한 Agent에 고객 수요가 몰린다. 이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한번 깨지면 복구가 어렵다. 디바이스 레벨(Apple의 on-device privacy), 금융 레벨(규제 라이선스, 자본시장 관계), 의료 레벨(FDA/HIPAA compliance) — 각 영역에서 신뢰를 먼저 확보한 자가 수요를 독점한다.
4. Physical World Coordination: 디지털 바깥의 자산
DoorDash의 레스토랑 네트워크와 배달원, Opendoor의 부동산 매물과 현장 방문 데이터, Amazon의 물류 창고. 디지털 세상 바깥에 존재하는 자산과 관계는 AI Agent가 코드로 복제할 수 없다. 이 물리적 실행력을 가진 기업은 AI로 운영 비용을 줄이면서도, 그 해자 오히려 강화된다.
결론: 코드가 무료가 되는 것이지, 결과가 무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눈을 위한 정보 시스템 — SEO, per-seat SaaS, 디스플레이 광고, 마케팅 카피 생성 도구, 기본적 소프트웨어 도구 — 은 사라진다. 살아남는 것은 현실 세계의 결과와 연결된 것뿐이다.
지금까지 고품질 서비스를 보장하는 비즈니스는 대부분 확장이 어려웠다. 변호사, 세무사, 의사의 시간은 유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Agent 덕분에, 결과를 보장하는 서비스가 처음으로 소프트웨어처럼 확장 가능해지고 있다. 신뢰를 스케일시킬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신문이 무너졌을 때 배포가 무료가 되었지, 저널리즘이 무료가 된 것은 아니었다. SaaS가 무너지는 지금, 코드가 무료가 되는 것이지, 결과가 무료가 되는 것이 아니다.
https://csunerd.substack.com/p/software-as-a-newspaper
https://stratechery.com/2026/microsoft-and-software-survival/
https://m.blog.naver.com/mynameisdj/224178076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