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떻게 더 나은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원재료(raw material)는 독서, 대화, 탐색 같은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그 원재료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저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접근법은 다르지만, 최고의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서로를 찾아 모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같은 지리적 공간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죠. 역사적으로 늘 반복되어 왔습니다.
분명, 이런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고, 함께 어울리며 배우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와, 30분 만에 엄청난 걸 배웠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반대로 ‘좋은 사람이긴 한데 별로 남는 건 없네’ 할 때도 있고요.
흥미로운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를 소개받고, 함께 모이고, 집단을 형성합니다.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온라인 버전의 클러스터가 생겨났습니다.
이처럼 지역 단위의 강력한 클러스터 효과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특정 인물 집단이 모든 걸 움직입니다.
거의 모든 분야를 보면, 수십 명, 많아야 몇백 명 정도가 거의 모든 것을 주도합니다. 예컨대 암 연구의 경우도 가장 중요한 돌파구를 만드는 실험실은 20~30곳 정도에 불과합니다. 거기서 배출된 제자들이 또 다른 주요 연구 성과를 냅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팀이 창업자들의 학력을 조사했더니, 대규모 성공을 거둔 창업자들은 대부분 스탠퍼드·MIT·하버드 출신이었습니다. 그 뒤로 버클리 같은 학교가 이어지지만 큰 격차가 있죠.
이건 일종의 ‘혈통(lineage) 효과’입니다. 요가, 종교 운동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떤 계보에서 나왔느냐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결국 어떤 분야든 소수의 핵심 인물이 판을 주도하고, 그 소수의 인맥·계보·클러스터 안에서 큰 성공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건 지역적으로도 집중됩니다. 미국이 전 세계 기술 부의 절반을 차지해왔고, 그 중 절반이 베이 에어리어(실리콘밸리)에 몰려 있습니다. 즉, 세계 전체 민간 기술 부의 25%가 한 도시에서 창출되는 겁니다. 뉴욕과 LA를 합치면 전 세계의 40%에 달합니다.
AI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전체 시가총액의 80~90%가 베이 에어리어에 몰려 있죠. 완전한 슈퍼 클러스터입니다. 핀테크는 뉴욕과 베이 에어리어로 양분되었고, 우주·방산은 스페이스X 이전까지는 남캘리포니아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IOI(국제정보올림피아드)나 수학·코딩 대회 금메달리스트 커뮤니티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Cognition의 CEO 스콧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그는 실리콘밸리의 많은 창업자들과 알고 지내는데, 그 연결 고리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대회였습니다. 전국, 전 세계에서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대회라는 장치 덕분에 한데 모였던 겁니다.
인터넷은 이렇게 비슷한 사람들을 찾는 기회를 과거보다 훨씬 크게 열어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떻게 실리콘밸리에 가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