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DeepSeek v4.1이 공개됐다. 소형 모델이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를 또 한 단계 끌어올렸다.
AI의 발전 속도는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저 옹알이하듯 대화할 줄만 알고, 컨텍스트 길이도 몇천 토큰에 불과했던 초창기 ChatGPT에서, 추론 능력을 갖춘 OpenAI o1, DeepSeek R1, Kimi K1.5 Thinking에 이르기까지는 고작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추론 모델에서, 온갖 도구 실행 환경인 하네스 안에서 막힘없이 명령을 실행하고 복잡한 과제를 완수하는 지금의 에이전트에 이르기까지도 불과 1년 반이었다.
여기서 다시 1년, 2년, 3년이 흐르면 AI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얼마나 강력해져 있을까. 이미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체화 지능 같은 분야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지는 않을까.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AI는 점점 더 커널을 잘 짠다
내가 종사하는 커널 설계와 구현 분야에서도 AI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문서를 찾아주고 코드를 읽고 버그를 찾아주는 정도에 그쳤던 작은 조수가, CUDA·PTX·SASS 코드를 독립적으로 읽고 전문 도구로 각 명령어의 실행이 지연되는 시간을 분석한 뒤 스스로 커널을 최적화하는 커널의 달인으로 탈바꿈했다.
머지않아 커널의 실행 스케줄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서로 다른 스케줄링 전략의 성능을 평가하며, 이를 구현하고 최적화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되리라고 믿는다.
나는 당연히 DeepSeek v4.1의 성공이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이 모델의 메인 어텐션 커널은 전부 내가 작성했으니 말이다.1) 모델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내 커널을 인정해 주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굴러가고, 기술의 발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나는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반년이나 1년쯤 지나면, AI가 작성하는 커널은 십중팔구 내가 작성하는 것만큼 뛰어나질 것이고, 어쩌면 나를 뛰어넘을 것이다.
AI는 1초에 300토큰을 생각하고, 0.5초 만에 명령어 한 줄을 입력하며, 20초 만에 코드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 나는 그럴 수 없다.
AI는 모델의 깊이, 추론 강도, 도구 호출량 -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빈도 - 심지어 병렬 처리 수준까지 끊임없이 높일 수 있다. 나는 그럴 수 없다.
인류는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는 일에 있어서는 예로부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내가 커널을 더 잘 짤수록 우리 새 모델의 학습과 추론은 빨라지고, 모델의 능력도 더 빨리 발전하며, 결국 나 자신도 더 일찍 대체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여전히 최선을 다해 커널을 최적화하는가?
한편으로는 커널을 짜는 일이 내게 게임과 같기 때문이다. 이 일은 내게 엄청난 쾌감을 준다. 새로운 기법을 발명하거나 내가 짠 커널의 성능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의 흥분은, 게임 스피드런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종전 기록을 깨뜨렸을 때 느끼는 것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내가 작성한 커널의 성능이 하드웨어 제조사의 공식 구현을 압도하는 모습을 볼 때면, 커다란 자부심도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설령 내가 여기서 손을 놓고 대충 버티거나, 심지어 일부러 훼방을 놓아 모델 학습을 지연시키더라도, 다른 회사의 모델들은 평소처럼 발전할 것이고, 결국에는 어김없이 나를 도태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혁명에 밀려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차피 밀려나야 한다면, 나를 밀어내는 혁명을 일으킬 사람은 나 자신이었으면 한다."
모두가 이토록 집요하게 자기 자신을 파괴하려 드는 세상에서, 나 역시 이 잔혹한 군비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AI가 커널을 짜는 실력이 정말로 나보다 뛰어나지는 날이 오면, 그때 나는 어떻게 될까?
내 판단은 이렇다. 나는 '실직'하지는 않겠지만, '하는 일은 바꿔야' 할 것이다. 밥벌이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사랑했던 그 일을 더는 할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예전에 시대의 변화와 미래의 내 처지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시대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 앞서 이야기한 AI의 발전이 좋은 예다 - 5년 뒤, 10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 시야와 판단력,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힘과 지적 능력이 있다면, 시대라는 판에서 내 자리를 지키고 다시 그 흐름의 맨 앞에 설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판단이 보장해 주는 것은 내가 '실직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뿐이다. '직업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직을 피하려면 직업을 바꾸라는 쪽에 가깝다.
그렇다면 직업을 바꾼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오랫동안 깊이 파고들었고, 그만큼 깊이 사랑하게 된 커널 설계·구현·최적화라는 분야를 포기하고, 에이전트의 '메카 조종사'가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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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ngyu Liu)
- 게시
- 2026.09.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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