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커 수요 파괴(Tanker Demand Destruction)?
높은 운임이 탱커 수요를 억제할 수 있을까?
Poten의 Daily Market Report를 살펴보면 주요 탱커 항로들의 현물 운임이 놀라운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탱커 운임은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수준까지 올라왔다(차트 1 참조).
탱커 운임이 이처럼 치솟은 이유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유럽과 중동의 전쟁은 시장에 상당한 비효율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바브엘만데브 해협, 흑해 같은 지역에서의 공격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보험료와 위험 프리미엄이 급등했다.
광범위한 제재 역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유연하게 운항할 수 있는 일반 선박(mainstream vessels)의 가용성을 제한했다. 마지막으로, 대형 탱커 선단, 특히 VLCC의 소유권이 과거보다 훨씬 집중돼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용선자(charterer)에게 있던 협상력 일부가 선주(owner) 쪽으로 이동했다.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운임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고, 이 상황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이 올라갔고, 훨씬 더 오래 지속됐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 다음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어느 수준부터 높은 운임이 원유 수요 자체를 억제하기 시작할 것인가?
원유 시장에서는 가격이 급등하면 — 예를 들어 이란과의 전쟁 초기 몇 주처럼 — 사람들이 어느 가격 수준부터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가 일어날 것인지를 논하기 시작한다.
물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절대적인 숫자는 없다. 당시 상황과 어떤 국가 또는 지역을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이런 논의를 할 때 원유 애널리스트들은 일반적으로 Brent, WTI 같은 표시 원유가격 자체에만 집중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것이 잘못된 접근이다. 운송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원유 한 배럴이 최종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총비용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작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시해도 됐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그랬다.
당시 Brent 원유는 배럴당 약 62달러였고, 2026년 초 벤치마크인 AG–극동 VLCC 항로의 운임은 하루 약 3만 달러였다.
이를 배럴당으로 환산하면 약 1.73달러로, 중동에서 아시아까지 원유를 운송해 도착시키는 총비용의 약 3%를 추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Brent 현물시장 가격은 배럴당 약 120달러로 추정된다.
반면 VLCC 운임은 전례 없는 수준까지 올라 하루 130만 달러, 즉 1월의 43배에 달하고 있다.
이를 배럴당으로 환산하면 거의 33달러다.
즉, 이제 운임만으로도 원유 도착비용의 약 27%를 차지한다. -> 얼마나 미친 수준인지 알수있다.
차트 2는 Brent 원유 가격 대비 탱커 운임 비중이 얼마나 극적으로 상승했는지를 보여준다.
[차트 1] 원유 탱커 운임(Crude Oil Tanker Rates)
[차트 2] Brent 원유 가격과 VLCC 운임 비교(Brent Crude Versus VLCC Freight)
이처럼 이례적으로 높은 운임은 실제 원유 교역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유사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높은 정제마진을 제공하는 원유를 구매한다. 과거에는 이것이 주로 원유의 등급(grade)과 해당 원유에서 어떤 석유제품이 얼마나 생산되는지(yield)에 의해 결정됐다.
하지만 높은 운송비 때문에 이상적인 원유를 사용할 때 얻는 마진이 너무 작아지거나 아예 사라진다면, 정유사들은 자국과 더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른 원유를 검토하게 된다.
즉, 가까운 곳에서 원유를 가져옴으로써 절약되는 운송비가 그 원유를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낮은 제품 수율을 상쇄할 수 있다면, 정유사는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가까운 원유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조차 불가능하다면 정유사들은 정제 가동률을 낮이는 것(cutting runs)까지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유사 입장에서는 불행하게도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의 수급은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다.
따라서 정유사들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다.
적어도 당분간은 대부분의 용선자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비싼 운임을 그냥 지불할 것이라는 의미다.
아무리 미친 시장이라도 선주들은 결국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아시아에서 원유를 하역한 VLCC 선주를 예로 들어보자. 이 선주는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미국 걸프까지 공선(ballast)으로 항해한 뒤 아시아행 장거리 화물을 싣는 방법이 있다. 현재 이 경우 수익은 하루 약 40만 달러 수준이다.
아니면 공선 항해 거리가 더 짧은
서아프리카나 브라질로 이동한 뒤 아시아행 화물을 싣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TCE 수익은 하루 약 65만 달러다.
또는 AG(Arabian Gulf, 아라비아만) 시장으로 들어가는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
그 경우 잠재적으로 하루 100만 달러 이상을 벌 수 있다.
이런 수익 격차 때문에 VLCC들은 아시아 시장 근처에 머물고 있다.
그 결과 미국 걸프에서 발생하는 장거리 수송 물량은 Suezmax와 Aframax가 대신 상당 부분을 담당하게 됐고, 이것이 이들 선형의 수익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의 예상은 다음과 같다.
원유 공급보다 원유 수요가 많은 상황이 지속되는 한 탱커 운임은 강세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원유 시장의 수급이 완화되는 순간 탱커 운임은 매우 빠르게 식을 것이다.
1월: Brent $62 + VLCC 운송비 $1.73/bbl → 운송비 비중 3%
현재: Brent 약 $120 + VLCC 운송비 약 $33/bbl → 운송비 비중 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