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를 끝내고 부품들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자, 황당하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괴롭히는 최신 제트 공격 드론이라고 하지만,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만든 것은 사실상 외피와 최종 조립 정도이고, 내부의 핵심 부품 대부분은 해외에서 들어온 제품이라는 겁니다.
먼저 동력계입니다.
기존 게란-2는 피스톤 프로펠러 방식이라 비행할 때 트랙터 같은 소음을 냈고, 속도도 시속 200km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기동 방공팀이 픽업트럭에 중기관총을 싣고 요격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분해한 게란-4에는 소형 터보제트 엔진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비행 고도는 약 4,000m에서 8,000m 수준으로 올라갔고, 순항속도는 시속 450~500km 정도이며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크림반도에서 출발해 700km 넘게 날아가 우크라이나 북서부 루츠크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엔진을 확인해보니 중국산 소형 터보제트였다는 주장입니다. 일부는 러시아 조립 표시가 붙어 있어도 핵심 부품은 중국산이었다는 내용입니다.
다음은 드론의 ‘눈’입니다.
기수에는 주간·야간·적외선을 모두 지원하는 광전자식 짐벌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고 합니다.
광학 10배 줌, 디지털 32배 줌을 지원하며, 8,000m 상공에서도 지상 차량의 윤곽을 식별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전방 정찰병이 직접 목표를 유도하지 않아도 되고, 조종사가 브랸스크·오룔·크림반도 같은 후방에서 수백 km 떨어진 채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목표를 향해 조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시간 통신은 어떻게 하느냐.
분해 과정에서 일반적인 GSM 통신 모듈 2개가 발견됐고, 민간용 SIM 카드가 꽂혀 있었다고 합니다.
더 특이한 것은 러시아·벨라루스 SIM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현지 이동통신사와 EU 국가의 데이터 SIM까지 발견됐다는 내용입니다.
즉 드론이 국경을 넘으면 우크라이나 현지 민간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자신의 위치정보 등을 다시 송신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휴대전화 신호가 없는 지역에 들어가면 다른 통신수단도 있다고 합니다.
분해팀은 중국산 Mesh 방식 자가망 통신 모뎀도 발견했다고 주장합니다. 통신 반경은 최대 약 300km로 설명됩니다.
여러 대의 게란 드론이 편대로 비행하면서 서로 중계기 역할을 해, 한 대가 다른 드론에 데이터를 넘기고 그것이 다시 후방으로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즉 중앙 기지국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공중에서 자체적인 이동형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비행제어 컴퓨터를 분해했습니다.
기판 코팅을 벗겨보니 칩의 표기는 일부 지워져 있었지만, 남아 있는 글자에서 미국 Texas Instruments 제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현장 전문가의 표현을 그대로 요약하면:
“이 드론에서 러시아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복합재 기체 외피와 마지막 조립공정 정도다.”
이런 부품들은 마지막에 타타르스탄의 알라부가(Alabuga) 특별경제구역으로 모이고, 그곳에서 기체를 조립해 전선에 투입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또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알라부가 같은 공장에서는 현재 게란-4와 게란-5를 합쳐 매달 약 3,000대 정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쟁이 4년 넘게 이어지고 제재가 계속 강화됐어도, 러시아의 최신 무기 내부에는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의 부품이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동력과 통신은 상용 민수품,
핵심 제어칩은 미국산 반도체가 우회 유입되고,
통신에는 상대국의 이동통신망과 SIM 카드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반드시 모든 무기를 자국에서 처음부터 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민수용 이중용도 부품이 세계 시장에서 쉽게 구매 가능하고, 우회무역과 재수출 경로가 살아 있다면 여러 나라의 민간 기술을 조합해 값싼 대량생산형 무기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가 전통적인 군수품 목록만 통제하고, 방대한 이중용도 부품의 우회수출 경로를 막지 못한다면 이런 저가 제트 드론의 대량생산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