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암호화폐 과세 문제의 궁극적인 방향성이나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행 과세 방식에는 재검토해야 할 지점이 분명히 있고, 암호화폐 시장과 산업의 특수성, 그리고 실제 과세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제기하느냐, 그리고 그것이 실제 정책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글이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암호화폐 시장과 산업, 그리고 과세 구조에 대해 이해하기로는, 현재 방식대로 과세를 밀어붙일 경우 제대로 된 과세와 행정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졸속 행정이나 탁상 행정에 가까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 부분은 암호화폐 시장과 산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동감하실 수 있는 지점이라고 이해하고있습니다.
암호화폐 과세에는 과세를 위한 인프라, 구체적인 방법, 행정이 가져야 할 형평성, 그리고 공적 대의의 문제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행정 담당자와 제3자에게 이해되고 납득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야만 유의미한 목적 달성과 진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청원문의 내용은 제가 읽기에는 암호화폐 투자자로서의 불만을 호소하는 글로 보일 수 있는 면이 꽤 크다고 보였습니다.
청원 동의를 얻기 위한 대중적 공감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정책 담당자나 제3자의 입장에서는 이 글이 제도 개선을 위한 문제 제기라기보다, 이해관계자의 감정적 민원이나 악성 민원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보였습니다. 같은 암호화폐 산업에 투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용에 동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과연 설득력 있는 글인가에 대해서는 꽤 회의적으로 읽혔습니다.
일단 암호화폐만 별도의 기타소득 과세 체계로 다루는 것이 조세 형평성에 맞는지, 손실 반영 구조와 과세 인프라가 충분한지, 투자자 보호 제도와 시장 규율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암호화폐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행 방식에는 재검토할 지점이 매우 많고, 과세 인프라도 충분히 정비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문제의식을 실제 정책 논의로 끌고 가기 위한 글로서, 현재 청원문은 설득력이 다소 부족해 보였습니다. 청원문은 단순히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불만을 모아두는 글이 아닌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글입니다. 암호화폐 투자자나 일반 시민의 공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런 글은 정책 담당자나 제3자가 읽었을 때도 '이 문제는 검토되어야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청원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실제 논의 과정에서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현재 청원문은 문제 제기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암호화폐 투자자의 억울함을 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말하며, 또 다른 부분에서는 청년 자산 형성, 시장 하락, 시장 위축, 투자자 보호를 이야기합니다. 각각의 문제의식은 이해가 되지만, 이 모든 내용을 한 글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핵심이 흐려진게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유의미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부분은 현 상황에서 계획된 과세 방식 자체의 문제입니다. 즉, 암호화폐 과세를 무조건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과세 방식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고, 그 결과 평등하지 않은 과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제도의 재설계 및 검토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도입하려다 보니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청원문에서 문제라고 느낀 부분은 피카님이 문제를 제기하신 것과 동일하게 2번, 3번, 5번 내용입니다.
먼저 '암호화폐 시장이 장기간 하락해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을 논거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해당 논거는 너무 상황 의존적입니다. 시장이 상승하게 되면 바로 힘을 잃고 무의미한 논거가 됩니다. 또한 암호화폐 전체를 놓고 보면 투자한 대상, 방법, 시점, 투자자별 손익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대다수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다'는 표현은 입증되기도 어렵습니다.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논거이고, 제3자가 보았을 때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논리가 정책 담당자나 제3자에게 '시장이 좋을 때는 수익을 사적으로 가져가고, 시장이 나쁠 때는 과세하지 말라는 의미인가?'라는 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인상은 청원의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세금 제도는 특정 시기의 가격 흐름보다 소득의 성격, 과세 기준, 손익 산정 방식, 납세의 용이함, 제도적 형평성을 기준으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시장이 하락했으므로 과세를 하지 말자는 논리는 감정적으로는 동감이 갈 수 있어도, 정책적으로는 설득력이 낮습니다.
두 번째로 '청년 자산 형성 기회'라는 논거도 위험하다고 보입니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이 어려운 현실은 분명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암호화폐 투자와 직접 연결하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행정부나 정책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투자를 청년 자산 형성의 공식적 수단으로 장려해야 할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암호화폐를 투기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청년들이 위험자산으로 돈 벌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세금을 줄여 달라, 유예해 달라'는 식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의 어려움을 말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청원문에서는 특정 집단의 어려움과 억울함에 집중하기보다 제도 자체의 불합리성을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제가 어렵습니다' 혹은 '투자자들이 힘듭니다'에 가까운 표현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집단의 이익과 이권을 위한 주장으로 읽힐 가능성도 높습니다. 물론 유의미한 논의는 이해관계자의 호소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만 최종적으로는 모두가 검토해 볼 만한 공적이고 형평성 있는, 공익의 언어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세 번째로 '과세가 시행되면 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주장도 크게 설득력 있는 논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특정 자산시장의 가격이나 유동성을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은 정부가 시장 보호 책임을 크게 져야 하는 영역이라고 보기에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그렇다면 과열이나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세금을 매기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금을 매겨야 할 이유를 과세 유예나 재검토의 논거로 잘못 사용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해야 하는 진짜 문제는 '과세하면 암호화폐 시장이 위축된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현행 방식으로 과세하면 거래가 행정부의 관리와 감독이 충분히 미치기 어려운 해외 거래소, 개인지갑, 탈중앙화 거래로 이동하고, 이런 문제가 심화되면 오히려 세원 포착이나 이용자 보호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접근해야 시장 부양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집행 가능성, 세원 포착, 규제 사각지대 방지, 이용자 보호의 문제로 논의되어야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암호화폐 과세는 단순 매매차익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투자처와 투자 방식이 존재합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증권형 토큰, NFT, 디파이 예치, 스테이킹, 에어드롭, RWA 등은 성격이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에 대해 정확한 기준과 과세 방법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암호화폐 과세는 서로 다른 소득 유형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일괄적으로 기타소득처럼 다루는 방식이 과연 법적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는 아직 깊게 논의되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