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B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함께 알아두면 좋은 개념이 바로 EIP-7702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EIP는 EVM 계열에서 프로토콜/애플리케이션 관련 표준을 논의하는 공간인데요, EIP-7702는 이번 Pectra 업그레이드를 통해 도입된 새로운 표준으로, EOA(Externally Owned Account)가 하나의 트랜잭션 동안 스마트 컨트랙트 계정처럼 동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가 한창 주목받으면서, 가스비 대납이나 여러 액션을 아토믹하게 실행하기 위해 EIP-4337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이 많이 사용되었죠. 쉽게 말해서 EIP-7702는 이를 확장한 개념으로, EOA가 굳이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을 별도로 생성하고 자산을 옮길 필요 없이, 일시적으로 컨트랙트처럼 작동하도록 만들어주는 "계정 추상화의 확장(extension)" 기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EIP-4337 때와 마찬가지로 EIP-7702 역시 기존 지갑들과의 통합, 기존 표준과의 호환성 확보를 위해 적지 않은 부가 작업이 필요합니다. 별도의 시스템이나 장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마다 구현 방식이 미묘하게 달라 생태계 전반의 정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이에 반해, 수이의 PTB(Programmable Transaction Blocks)는 아예 프로토콜 레벨에서 구현된 feature로, 각각의 객체로 표현된 많은 트랜잭션 로직들을 묶어 하나의 트랜잭션안에 넣어서 아토믹하게 처리하는 방식을 프로토콜 단에서 구현을 했습니다. 이로써 EIP를 채택하면서 고려해야할 복잡한 사안들을 고려할 필요가 없고 더욱 안전하고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죠.
이는 수이가 처음부터 State 및 모든 트랜잭션 로직이 독립적인 객체 중심으로 관리하고 또 객체 간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는 "객체 중심 모델(Object-centric model)"을 채택한 덕분입니다.
최근들어 이더리움이 큰 주목을 받고있지만, "많은 비즈니스 유스케이스를 위한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으로써 최고의 답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EIP에선 매번 훌륭한 제안들이 나오지만 EVM은 근본적으로 이러한 유연성과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구현은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고, 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제외하고) 가장 탈중앙화된 크립토 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분명하며, 기관의 채택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매우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실용적인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이 주목받는 시대가 온다면, 저는 그 관심이 어떤 VM보다도 객체 중심 모델을 채택한 수이의 Move에 더 쏠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Move의 매력에 빠져 빌딩을 시작한 프로젝트들도 많습니다. 앞서 제가 소개했던 Overtake나 IOTA도 그랬고, Talus도 곧 관련 아티클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또 최근 공개된 Rialo 역시 수이의 스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며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