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vs 크립토: 왜 우리는 여전히 이 '난장판'을 떠나지 못하는가?
최근 AI와 크립토 업계를 비교하는 논의가 많습니다. 대부분 AI를 치켜세우고 크립토를 깎아내리는 내용이며, 심지어 업계 내부자들조차 그런 말을 하곤 하죠. 두 분야에 발을 모두 담가본 입장에서 주관적인 견해를 공유해 보겠습니다.
1. AI는 '엘리트의 전유물', 크립토는 '실험적 도전'
AI가 현재 가장 뜨겁고 지능 밀도가 높은 산업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경쟁 중이며, 전통 산업들도 도태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이 배에 올라타려 하죠. 이런 전 세계적인 열풍 속에서 크립토가 초라해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1등보다 못하다고 해서 쓰레기인 것은 아닙니다. 크립토보다 기회가 적고 전망이 어두운 산업은 여전히 널려 있습니다.
NFT, 메타버스, GameFi 등 큰 기대를 모았던 분야들이 대중화(Mass Adoption)에 실패하고 사라지는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크립토는 이제 겨우 20년 된 산업입니다. 많은 산출물이 실험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아직 '사형 선고'를 내리기엔 이릅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결제/송금), RWA(실물자산 토큰화), 비트코인(디지털 금) 처럼 가치가 검증된 영역들이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vs 커서(Cursor)
크립토 창업이 어렵다는 예시로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를 들기도 하는데, 이는 너무 엄격한 기준입니다. 하이퍼리퀴드는 설립 몇 년 만에 기업 가치 380억 달러(38B), 2025년 예상 매출 8억 4,400만 달러를 기록한, 세계에서 인당 매출이 가장 높은 회사 중 하나입니다.
반면, 역대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는 AI 스타트업 커서(Cursor)는 2025년 11월 기준 가치 293억 달러, 연간 매출 20억 달러로 500억 달러 밸류의 펀딩을 준비 중입니다. 만약 하이퍼리퀴드 정도의 성과를 내야만 '성공'이라고 부른다면, AI 업계에서도 그런 팀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입니다.
3. 일반인에게 돌아오는 '배당'의 차이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입니다. AI 산업의 번영이 당신의 수익으로 직결되느냐 하는 문제죠. 여기서 크립토의 압도적인 장점이 드러납니다.
"당신이 ChatGPT를 일찍 썼다고 해서 OpenAI가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크립토에서는 하이퍼리퀴드를 초기부터 사용했다면 거액의 에어드랍을 받을 수 있다."
저의 개인적인 사례 두 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첫째, 재능의 벽: 저는 중국 명문대(985 공대) 학/석사를 졸업하고 대기업 알고리즘 인턴도 했습니다. 상위 10% 안에는 드는 스펙이죠. 하지만 AI 업계에 가면 저는 상위 1%나 0.1%의 천재들과 싸워야 하며, 저에겐 아무런 우위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교육이나 배경 문제로 AI 산업에 진입조차 못 합니다. 그저 AI가 유망하다는 걸 아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결국 'AI 강의 팔이' 정도가 한계일 텐데, 그건 마케팅 능력이지 AI와는 무관합니다.
둘째, 투자 장벽: 최근 AI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 기회를 찾아봤지만, 적절한 딜을 성사시키지 못했습니다. 제가 100만~300만 달러(약 13억~4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해도, 전통 금융 시장에서 이 정도 금액은 명함도 못 내밉니다. 기관들이 줄을 서서 돈을 싸 들고 기다리는 상황에서 일반인은 가파르게 치솟는 밸류에이션을 구경만 해야 합니다.
4. 가치 분배 구조의 혁명
크립토는 가치 분배 구조에서 거대한 이점이 있습니다. 단순 참여자일 뿐인 일반인도 산업의 보너스를 누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곧 주인: 전통 기술 산업에서 사용자는 돈을 내는 고객이거나, 혹은 데이터로 팔리는 상품일 뿐입니다. 경제적 보상은 주주가 다 가져가죠. 하지만 크립토는 에어드랍을 통해 데이터를 제공한 유저가 가치를 공유받습니다.
압축된 시간축: 전통 기업이 시드 투자부터 상장(IPO)까지 5~10년이 걸린다면, 크립토는 이 과정이 1~3년으로 압축됩니다. 일반인이 초기 성장 수익을 먹을 기회가 훨씬 많습니다.
허가 없는 참여(Permissionless): 크립토는 전 세계 유동성이 모이는 거대한 카지노이기도 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해 개미가 수익을 낼 기회가 존재합니다. (예: 트럼프 밈코인 $Trump는 이틀 만에 300배가 올랐습니다. 전통 금융에선 불가능한 일이죠.)
결론
물론 이런 특성들은 '양날의 검'입니다. 사기와 쓰레기 프로젝트가 넘쳐나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으며, 누군가는 벼락부자가 되지만 누군가는 전 재산을 잃기도 하는 변동성이 큰 곳입니다.
AI 업계를 포기하고 크립토에서 4년을 구른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제 선택은 이렇습니다. 여전히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크립토에 계속 집중하되, 에너지의 일부를 떼어 AI와 미국 주식 등 테크 관련 투자 기회를 탐색하는 것입니다. 지금 크립토가 약세장 주기에 있지만, 주식 시장은 여전히 일반인이 AI 산업의 결실을 가장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