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태로든 AI를 사용하는 사람은 AI를 사용하기 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쉽게 궁금한 점을 해결 할 수 있으며, 숙련자들은 결과물까지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AI는 근본적으로 숏폼 중독의 새로운 형태라고 생각한다. 스크롤을 무의미하게 넘기며 짧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처럼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쉽게 답을 얻기 때문이다.
바이브코딩의 경우 이 중독은 더 심한 형태로 다가온다. 엔터(승인) 한 번에 수 많은 작업들을 해주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한 번 더 일을 시키고 싶고 그러지 못하면 아쉬움을 느낀다. 마치 슬롯머신의 레버를 한 번 더 당기고 싶은 것처럼.
숏폼 중독과 AI 중독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둘 다 투입 비용이 극도로 낮다. 숏폼은 스와이프 한 번, AI는 프롬프트 한 줄이면 된다. 둘 다 결과가 즉각적이다. 그리고 둘 다 "내가 뭔가를 했다"는 착각을 준다. 숏폼을 1시간 보면 정보를 많이 얻은 것 같고, AI에게 1시간 일을 시키면 생산성이 높았던 것 같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다. 숏폼 중독은 시간을 소비할 뿐이지만, AI 중독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것도 꽤 쓸만한 결과물을. 이것이 AI가 숏폼보다 훨씬 더 강력한 중독 메커니즘을 가지는 이유다. 숏폼은 사후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각이라도 오지만, AI는 실제로 결과물이 눈 앞에 있기 때문에 그 자각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죄책감 없는 중독. 이것이 AI의 본질이다.
그래서 AI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중독성이 있는데 죄책감까지 없는 제품은 역사적으로 항상 이겼다. 커피가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다. 생산성이라는 포장 아래 중독이 정당화되는 순간, 그 기술은 사회 인프라가 된다.
틱톡과 유튜브 세대는 이 전환에 저항 없이 적응할 것이다. 이미 짧은 자극과 즉각적 보상에 최적화된 세대이기 때문에, AI가 주는 즉각적 결과물은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일 뿐이다. 시간을 소비하는 형태가 바뀌는 것이다. 놀이동산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숏폼 플랫폼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처럼, 그 다음 세대는 AI에게 무언가를 만들게 하고, 그 결과물을 소비하고, 다시 만들게 하는 루프 안에서 하루를 보낼 확률이 높다. 중독의 형태가 소비에서 생성으로 옮겨갈 뿐, 중독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AI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스마트폰을 버리자는 말만큼 비현실적이다. 다만,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사고 주도권이 중요해진다. AI가 답을 주기 전에 스스로 질문을 구성할 수 있는가.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왜?"라고 물을 수 있는가. 이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끌려다니는 것이다. 이것을 먼저 훈련하지 않으면, 우리는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도구에게 사고의 주도권을 빼앗긴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다.
AI 버블에 대한 논의보다는 AI 세대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