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JP모건, 시티그룹, 비자, 페이팔, 마스터카드. 전통 금융의 거인들이 크립토 인재를 본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토큰 발행을 위한 마케팅성 채용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과 블록체인을 실질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컴플라이언스, 프로덕트 인력이 채워지고 있다. 채용만이 아니다. 최근 크립토 시장의 투자 흐름을 보면,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벤처 투자보다 인수합병(M&A)의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이는 기존 금융이 블록체인 기술을 외부에서 관망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내재화하려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전통 금융이 블록체인을 흡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결제, 정산, 자산 관리 등 기존 시스템의 고질적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크립토 네이티브 시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예측시장, 밈코인, 퍼프덱스 같은 고위험 상품에 베팅하는 유저들이 여전히 활발하고, 이 시장은 규제 밖에서 자체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온체인 시장과 기관 금융의 궤도가 분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나는 규제 안에서 효율성을 추출하고, 다른 하나는 규제 밖에서 새로운 실험을 계속한다.
기술 레이어에서는 두 가지 흐름이 뚜렷하다. 먼저 프라이버시다. 블록체인의 탄생 배경이 된 사이퍼펑크 철학, 즉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ZK(영지식증명) 기반 솔루션, 기밀 트랜잭션, 프라이빗 컴퓨팅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기관 금융이 온체인으로 진입할수록 거래 정보의 기밀성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AI 에이전트 기반 경제다.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이 아닌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거래하고 결제하는 구조가 설계되고 있다. 에이전트 간 상거래 프로토콜, 온체인 신원 인증, 자동화된 결제 시스템 등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사람과 에이전트가 공존하는 새로운 경제 레이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블록체인이 단순히 사람 간의 거래 수단을 넘어, AI가 참여하는 경제의 기반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차트만 보면 크립토는 끝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전통 금융이 블록체인 위에 새로운 레이어를 쌓고, 프라이버시와 AI가 그 위에서 다음 경제를 설계하고 있다.
Finance 2.0은 이미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