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을 거래하는 형태의 크립토가 아닌, 온체인 위에서 거래하는 매스 어답션은 이뤄지지 않았다. 디지털 자산으로서 인정은 받았지만, 사람들이 쓰는 네트워크로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인센티브(에어드랍)를 제공하기도 했고, 많은 빌더들이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시도했다. 결국 일시적이고 과대포장된 결과들만 나왔고, 장기적인 리텐션은 유지하지 못했다. 왜?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금융 이해도도 높고, IT 기술에 대한 이해도 높으며,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적은 나라다. 그런데도 셀프 커스터디 지갑을 보유하고, 이를 활발하게 활용해서 온체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에어드랍이 없다고 가정하면 그 비율은 더 줄어든다. 한국에서도 10년간 온체인 매스 어답션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앞으로라고 다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이용하는지도 모른 채 온체인에 액션이 남는 방식은 가능할 것이다. 스트라이프의 Tempo, 써클의 Arc 같은 스테이블코인 전용 체인들이 이 방향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 사람들의 매스 어답션은 이런 형태로, 블록체인 위에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기존의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누가 트랜잭션을 발생시키게 될 것인가? 두 부류라고 생각한다. 1) 탈중앙화 가치를 믿는 코어한 유저들, 2) AI 에이전트들. 그리고 AI 에이전트들이 발생시키는 트랜잭션이 코어 유저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I 에이전트들도 결국 사람이 간접적으로 이용해서 트랜잭션을 발생시키는 것이겠지만, 트랜잭션 하나하나를 승인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왜 블록체인인가? AI 에이전트는 KYC를 통과할 수 없고,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으며, 기존 금융 시스템의 게이트키퍼를 넘을 수 없다. 퍼미션리스한 블록체인은 AI 에이전트가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금융 인프라다. 계좌 개설, 거래, 대출 등 기존 금융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블록체인 위에서는 문제없이 실행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RWA, 스테이블코인 등 금융과 연결되어 발전하는 흐름 속에서 AI 에이전트들은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게임 같은 디앱들도 AI Agent들이 대신하지 않을까?)
정리하면, 사람들의 일상적인 온체인 활동은 스테이블코인 전용 체인처럼 블록체인을 의식하지 않는 인프라 위에서 이뤄지고, 퍼블릭 블록체인의 핵심 사용자는 코어 유저와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다. 시대 변화 속에서 블록체인이 과거와 다른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회의론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킬러 유저는 사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며, 이 변화가 블록체인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