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기업 구조는 반도체 산업의 수직 분업 모델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브코딩이 보편화되면서 단순한 구현 능력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는 반면, "무엇을 만들 것인가"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통찰, 그리고 특정 도메인에 대한 전문성이라는 세 가지 역량을 동시에 갖춘 인재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는 마치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성이 소수의 엔지니어에게 집중되는 현상과 닮아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펩리스와 파운드리가 분리되었듯이, AI를 활용한 비즈니스 생태계도 유사한 분업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소수의 설계 중심 기업은 AI를 특정 산업에 접목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아키텍처를 구상하고, 최적의 AI 활용 전략과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반면, 실행 중심 기업은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최적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AI 기반 고객서비스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기업과 이를 수천 개 기업에 배포하고 운영하는 기업, AI 물류 최적화 시스템을 설계하는 팀과 실제 배송을 대규모로 실행하는 물류 기업처럼 말이다.
다만 반도체와 달리 AI 비즈니스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지속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완전한 분리보다는 팔란티어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팔란티어는 소수 정예의 Forward Deployed Engineers를 고객 현장에 상주시켜 플랫폼을 제공하면서도 각 도메인에 맞게 깊이 커스터마이징하고,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한다. 이처럼 "설계 역량을 가진 소수 전문가가 고객과 긴밀히 결합되어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모델이 AI 시대에는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결국 미래의 승자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회사가 아니라, 설계 능력이라는 한 가지를 압도적으로 잘하면서도 실행 과정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