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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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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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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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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무혁의 수련법은 단순했다. 전생에서 체득한 만류귀종체술(萬流歸宗體術) — 무공이 아니라 순수한 육체 단련법이다. 내공 없이도 할 수 있는 극한의 신체 훈련. 전생에서 천마심법을 얻기 전, 잡역 시절의 무혁이 이를 악물고 매일 했던 훈련이다.
다만 전생에는 뭣도 모르고 무작정 했다.
지금은 다르다.
마제 20년의 경험이 있다. 어떤 근육을 어떤 순서로 단련해야 하는지, 어떤 호흡을 써야 효율이 극대화되는지, 전부 안다.
바위 들어올리기. 나무에 매달리기. 구보. 낙법. 관절 강화.
"하——"
한 시진(두 시간)이 지났을 때, 진무혁은 빈터에 대자로 뻗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고,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씨발, 이 몸 진짜 약하다.'
전생에서는 이 정도 훈련을 다섯 시진 연속으로 했다. 지금은 한 시진에 뻗었다. 격차가 처참했다.
"당연하지. 네 전생 육체와 지금 이 껍데기는 비교 자체가 모욕이다."
'껍데기라고 하지 마. 내 몸이야.'
"그래도 껍데기다."
'……하.'
진무혁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근데 이 기분은 나쁘지 않네.'
"뭐가."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린다는 거. 전생에선 항상 쫓기면서 강해졌거든. 살기 위해서, 복수하기 위해서. 근데 이번엔 여유가 있잖아. 아직 아무도 날 모르고, 아무도 날 노리지 않아.'
"……."
'그게 좀 좋아.'
흑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진무혁의 혈액 속에서 미세한 에너지가 흘렀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작은 양.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진무혁의 찢어진 근섬유가 조금 더 빨리 회복되기 시작했다.
'……어? 뭐야, 지금 뭐 한 거야?'
"아무것도 안 했다."
'거짓말. 몸이 갑자기 좀 나아졌는데.'
"네 착각이다."
'아닌데.'
"닥쳐라."
진무혁은 피식 웃었다.
츤데레 외계인이라니. 전생에는 상상도 못 한 조합이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진무혁은 몸을 끌고 소무련으로 돌아왔다. 잡역의 저녁 일과 — 연무장 정리, 무기고 관리, 제자들의 빨래 수거 — 를 해야 했다.
전생에서는 이 모든 게 치욕이었다.
마제가 될 사내가 남의 빨래나 하고 있다니.
지금은 달랐다.
'이것도 정보 수집이야.'
"빨래가?"
'응. 제자들이 무슨 수련을 하는지, 누구의 도복이 가장 많이 땀에 젖었는지, 누가 야간 수련을 하는지. 빨래만 봐도 다 나와.'
"……네 종족은 참 기묘하다. 배설물이 묻은 천에서 정보를 추출하다니."
'아, 그건 빨래가 아니라 빨——아니, 됐다.'
진무혁은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는 소무련의 제자들이 저녁 수련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기초 검법을 반복하는 수준. 진무혁의 눈에는 허점투성이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바닥을 쓸었다.
그때.
"……."
연무장 한쪽 구석에서, 한 소녀가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소연화(蕭燕花).
소무련 문주 소정학의 외동딸. 열다섯 살.
긴 머리를 대충 묶고, 낡은 수련복을 입고, 묵묵히 기초 검법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른 제자들이 수다를 떨거나 대충 동작을 흉내 내는 사이, 그녀만 진지했다.
진무혁의 손이 멈췄다.
'…….'
전생의 기억이 밀려왔다.
소연화.
전생에서 유일하게 무혁에게 따뜻했던 사람. '잔혈'이라 불리며 모두에게 멸시받을 때, "무혁 오빠, 밥은 먹었어?"라고 물어봐 준 유일한 사람.
그리고 무혁이 마도에 발을 들이며 소무련을 떠났을 때, 끝까지 만류했던 사람.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10년 뒤, 마제가 된 무혁과 정도무림의 일원이 된 연화는 적으로 만났다. 전장에서 마주한 그녀는 검을 들고 있었지만, 끝내 무혁에게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대신 울었다.
"오빠는 왜 이렇게 된 거야."
그 눈물을 외면했다.
후회하지 않았다. 후회할 여유가 없었다.
——거짓말이다. 매일 후회했다.
"……."
"심박이 올라가고 있다."
흑이 말했다.
"저 여자 인간이 뭔데?"
'……아는 사람이야.'
"전생의?"
'응.'
"네 짝이었나?"
'아니.'
"그런데 왜 심장이 뛰는 거냐."
'……그건 네가 알 바 아니야.'
"나는 네 혈액 속에 있다. 네 심장 박동은 나한테 진동으로 전해진다. 상당히 시끄럽다."
'…….'
진무혁은 애써 시선을 돌리고 바닥을 쓸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의 무혁은 소무련의 잡역일 뿐이고, 연화에게 다가갈 이유도 명분도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거야.'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번엔 네가 울게 만들지 않는다.'

밤이 되었다.
잡역 숙소. 다른 잡역들이 코를 골며 잠든 사이, 진무혁은 혼자 깨어 있었다.
눈을 감고, 자신의 몸속 깊은 곳을 들여다봤다.
혈맥.
막혀 있는 혈맥의 가장 깊은 곳에, 정교한 술식(術式)의 무늬가 보였다. 전생의 마지막에 처음 봤던 그것.
봉인이다.
누군가——천기각이 새긴 봉인.
'흑, 이 봉인에 대해 더 알려줘.'
"3중 봉인이다."
흑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진지했다.
"첫 번째 층은 혈맥을 막아 내공 축적을 방지한다. 네가 '잔혈'이라 불린 원인이 이것이다."
'두 번째는?'
"나를 가두고 있었다. 네 혈통에 깃든 내 에너지를 억제하는 봉인. 전생에서 네가 죽으면서 이것이 풀렸기에 내가 깨어날 수 있었다."
'세 번째?'
"……모른다."
흑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세 번째 층은 나조차 읽을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것이 열리면 네 혈맥 너머에 있는 무언가——내 왕과 관련된 무언가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네 왕을 깨우는 열쇠라는 거야?'
"추측이다. 확신은 없다."
'솔직하네.'
"거짓말을 해서 얻을 게 없다. 우리는 같은 피를 쓰고 있으니까."
'…….'
진무혁은 눈을 떴다.
천장을 바라봤다. 낡고 갈라진 나무 천장.
3중 봉인.
천기각.
성신족의 왕.
그리고 전생에서 자신을 죽인 자들.
풀어야 할 실타래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초조하지는 않았다. 전생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급할수록 천천히.
'석 달.'
석 달이면 1차 봉인을 풀 수 있다. 그러면 흑의 첫 번째 능력, 혈갑(血甲)이 해금된다.
그 다음은?
소무련을 장악한다. 아니, 장악이 아니라 보호한다. 전생에서 해산되어 뿔뿔이 흩어진 이 보잘것없는 문파를 이번엔 지킨다.
그 다음은?
강호로 나간다.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비급을 수집하고, 인재를 모으고, 천기각의 꼬리를 잡는다.
그 다음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계획성이 없군."
'끝까지 계획하면 재미없거든.'
"전쟁을 '재미'로 하는 건가, 네 종족은."
'아니, 나만 그래.'
"……미친 놈."
진무혁은 웃었다.
웃으면서, 잠들었다.
꿈을 꿨다.
핏빛 하늘과 만 개의 검. 그리고 그 너머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던 한무경의 차가운 눈.
——하지만 이번에는 꿈이 달랐다.
만 개의 검 사이로 별빛이 새어들었다.
그 빛은 따뜻했다.

다음 날 새벽.
누구보다 먼저 눈을 뜬 진무혁은 소무련 뒷산으로 향했다.
이를 악물고, 바위를 들어올렸다.
전생의 서른다섯 년을 넘어서기 위해.
이번 생의 첫 번째 아침을 시작했다.
"……또 그 무식한 짓인가."
'응.'
"하."
흑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또다시, 아무도 모르게, 미세한 에너지를 흘려보냈다.
진무혁은 이번에도 알아챘다. 하지만 모른 척했다.
둘 다 모른 척했다.
그렇게, 잔혈마제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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