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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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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련(小武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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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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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에서 이름을 대면 열에 아홉은 못 들어봤다고 할 삼류 문파다. 제자가 서른 명 남짓이고, 보유한 무공은 하급 검법 두 가지와 기초 내공심법 하나. 문주인 소정학(蕭正學)은 실력은 후천(後天) 상급이지만 야심은 화경(化勁) 급인, 전형적인 소인배다.
그리고 진무혁은 이곳의 잡역이다.
제자도 아니다. 무공을 배울 자격조차 없다. 혈맥이 막혀 내공을 쌓을 수 없는 '폐인(廢人)'이기 때문이다.
전생에서는 이걸 운명이라 받아들였다.
지금은 안다. 운명이 아니라 설계였다는 것을.
'흑.'
"뭐냐."
'내 혈맥 봉인, 네가 풀 수 있어?'
"가능하다. 단, 지금은 아니다."
'왜?'
"이 육체가 너무 약하다. 봉인을 억지로 풀면 혈관이 터져서 죽는다. 네 종족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를 쏟고 죽는다'고 해야 하나."
'그걸 좀 예쁘게 말하면 안 되냐.'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기초 체력부터 올려라. 네 육체가 내 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릇이 되면, 1차 봉인 해제가 가능하다. 내 추산으로는……."
흑이 잠시 계산하는 듯한 침묵을 보였다.
"석 달."
'석 달이면 충분하지.'
진무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전생에서 마제까지 올랐던 사내가 기초 체력 따위를 못 올릴 리가 없다. 무공은 쓸 수 없어도, 단련법은 기억하고 있으니까.
다만 문제가 있다.
소무련에서 잡역이 멋대로 수련하면 맞는다.
정확히 말하면, 진무혁을 괴롭히는 놈들이 있다.

"야."
예상대로였다.
잡역 숙소에서 연무장으로 가는 길목. 세 명의 소년이 길을 막았다.
선두에 선 놈은 하진표(河鎭杓). 소무련 장로 하극천의 아들이자, 제자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녀석. 전생에서 무혁을 가장 집요하게 괴롭혔던 인물이다.
"잔혈아. 아침부터 어디 기어다니는 거야?"
뒤에 선 두 놈이 킥킥거렸다.
진무혁은 멈춰 섰다.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시기의 하진표는 매일같이 무혁에게 시비를 걸었다. 때리고, 모욕하고, 소무련 내에서 '혈맥도 없는 쓰레기'라는 인식을 퍼뜨린 장본인.
15세의 진무혁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
하지만 지금 이 몸 안에 있는 것은 서른다섯 해를 살고, 마도를 통일한 마제의 정신이다.
"……."
"네 심박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군."
흑이 관찰하듯 말했다.
"저것들이 두렵지 않은가?"
'두려워? 저놈들이?'
진무혁은 속으로 웃었다.
'전생에서 날 죽일 때 만 명이 필요했어. 근데 저 새끼들 셋이 뭘 할 수 있는데.'
"아까부터 말이 많고 거칠다. 원래 그런 건가."
'마제 시절엔 점잖은 척했어. 이제 열다섯이니까 편하게 할 거야.'
하진표가 다가왔다. 무혁보다 머리 하나는 큰 체격이다. 15세라지만 무공을 수련한 몸이라 근육이 잡혀 있었다.
"야, 잔혈. 오늘 연무장 청소는 네 차례다. 알지?"
"아닌데."
하진표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오늘 연무장 청소 당번은 제삼조 을반이야. 거기 네 밑에 깔려 있는 왕소백이 당번이지."
"……네가 왜 그걸 알아?"
"잡역 근무표를 내가 관리하니까."
사실이었다. 진무혁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기에 소무련에서 잡역 근무표 관리를 맡고 있었다. 하진표는 그걸 이용해 매번 무혁에게 청소를 떠넘겼던 것이다.
하진표의 얼굴이 붉어졌다.
"씨발,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내가 하라면 하는 거야."
"그건 좀 곤란한데."
진무혁은 양손을 주머니에 찔렀다. 전생에서 습관이 된 자세다. 마제 시절, 이 자세로 상대를 내려다보며 수백 명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상대보다 키가 작아서 올려다보는 형국이지만.
"왜 곤란한데, 잔혈아?"
"나 오늘 바빠서."
"……뭐? 네가 뭐가 바빠?"
"좀 할 게 있어."
하진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뒤의 두 놈도 따라 웃었다.
"야, 혈맥도 없는 놈이 뭘 한다고? 또 부엌에서 남은 밥이나 훔쳐 먹으러 가는 거 아냐?"
킥킥.
진무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대신, 하진표의 눈을 똑바로 봤다.
'봐라, 흑. 이게 이 시대의 나야. 이런 것들한테 치이면서 살았어.'
"볼품없군."
'곧 볼품 있어질 거야.'
진무혁이 입을 열었다.
"진표야."
"……뭐?"
하진표의 눈이 커졌다. 잔혈이 자기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이었다.
"너 선천(先天) 경지, 평생 못 넘을 거라는 거 알아?"
공기가 얼어붙었다.
하진표의 표정이 굳었다. 뒤의 두 소년도 웃음을 멈췄다.
"……뭐라고?"
"니 아버지 하극천 장로가 쓰는 철곤술(鐵棍術), 그거 근력 기반 무공이지? 근데 너 골격 구조가 아버지를 안 닮았어. 어깨가 좁고 손목이 가늘어. 철곤술과 상성이 안 맞아."
"네, 네가 뭘——"
"계속 아버지 무공만 따라 하면 화경은커녕 선천도 못 넘어. 스물다섯 쯤 되면 정체기 와서 결국 소무련 말단 장로로 썩을 거야."
침묵.
하진표의 얼굴이 하얘졌다.
진무혁이 그걸 아는 이유는 간단했다. 전생에서 실제로 그렇게 됐으니까. 하진표는 끝내 선천을 넘지 못하고, 소무련이 해산된 뒤 떠돌이 무인으로 전락했다.
물론 그걸 말해줄 필요는 없지만.
"그, 그런 걸 네가 어떻게 아냐?!"
하진표가 무혁의 멱살을 잡았다. 힘이 실렸다. 후천 하급의 악력. 보통 사람이면 목이 조여올 정도의 힘.
진무혁은 멱살이 잡힌 채로 웃었다.
"그냥 보면 아는데."
"개소리 마——"
"손 놔."
목소리가 바뀌었다.
아까까지의 느긋함이 사라지고, 차갑고 단단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마제(魔帝)가 부하에게 명령할 때의 음성.
하진표의 손이 멈칫했다.
무의식적 반응이었다. 몸이 먼저 알아챈 것이다. 눈앞의 이 왜소한 소년에게서, 이치에 맞지 않는 압도감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이것은 내공이 아니었다. 살기(殺氣)도 아니었다.
20년간 마도의 정점에 서서 수만 명을 굴복시킨 자의 존재감.
내공이 없어도, 무공이 없어도, 그건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
하진표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순간, 진무혁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 거둬들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해맑게 웃었다.
"아, 미안미안. 좀 무섭게 말했나? 신경 쓰지 마."
"……."
하진표가 멱살을 놓았다.
왜 놓았는지 본인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진무혁은 느긋하게 먼지를 털며 돌아섰다.
"청소는 왕소백이한테 시켜. 원래 그 친구 당번이잖아. 나는 좀 바쁘니까."
등 뒤에서 하진표가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진무혁은 듣지 않았다.
"……흥."
흑이 콧소리를 냈다.
"기묘한 놈이로군. 힘도 없으면서 상대를 제압했다."
'마제 20년이 헛세월은 아니지.'
"그래서? 지금부터 뭘 할 건데. '좀 바쁘다'고 했는데."
'당연히 수련이지.'
"수련? 내공도 못 쓰면서?"
'내공 없이도 할 수 있는 수련이 있어.'
진무혁은 소무련 뒷산으로 향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 전생에서 혼자 이를 악물며 단련하던 장소.
"뭔데?"
'체력 단련.'
"……그게 수련이라고?"
'전생에서 마제까지 간 놈이 기초 체력 훈련을 다시 한다? 웃기지?'
"웃기다."
'근데 이게 제일 빨라. 내공 없이 몸을 만드는 건 무식한 방법이 최고거든.'
진무혁은 뒷산 중턱의 빈터에 도착했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 몇 개와 나무가 있는 곳. 전생에서도 여기서 시작했다.
겉옷을 벗었다. 앙상한 몸이 드러났다. 갈비뼈가 보이는 마른 체형.
'야, 흑.'
"뭐냐."
'내 몸 상태 분석할 수 있어?'
"네 혈액 속에 있으니 대략적인 생체 정보는 파악 가능하다."
'해봐.'
잠시 침묵. 그리고 흑이 말했다.
"근섬유 밀도: 동년배 평균 이하. 골밀도: 하급. 심폐 지구력: 측정하기도 싫은 수준. 혈중 영양소: 결핍. 수면의 질: 최악."
'요약하면?'
"개판이다."
'……네가 그런 말도 알아?'
"네 머릿속에서 어휘를 가져온다. 네 머릿속이 그런 단어로 가득하다는 뜻이다."
'아.'
진무혁은 기분 좋게 씹히는 것을 감수하며 바위 앞에 섰다.
'좋아. 그럼 수련하면서 변화하는 수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줘.'
"내가 왜."
'너도 이 몸이 빨리 강해져야 이득이잖아. 봉인 해제하려면.'
"……."
"한 번만이다."
'고마워.'
"고맙다는 말은 집어치워라. 소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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