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중에 미국장 저평가 우량주 장투를 정말 잘하는 분이 있다. 밸류에이션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코로나 같은 저평가 구간에 들어가 큰 수익을 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분이 중요하게 보는 건 숫자만이 아니었다. 파운더를 본다고 했다. 정확히는 파운더의 자폐력을 본다고 했다.
최근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가 AI 시대에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비선형적으로 사고하고, 한 가지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 기사를 봤다. 그 말을 듣고 지인이 말한 자폐력이 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의학적 의미가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세계가 너무 강해서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능력. 남들이 “그건 안 된다”고 할 때, “그럼 어떤 구조를 바꾸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능력.
일론 머스크가 그런 사례였던 것 같다. 지금이야 모두가 인정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테슬라는 일론이라는 오너 리스크가 있는 회사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리스크처럼 보였던 것이 가장 큰 알파였던 경우가 있다.
다시 5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테슬라를 살 수 있었을까.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하이퍼리퀴드 에어드랍 작업을 할 수 있었을까. 당시에는 아직 증명된 게 없고, 내 상식으로는 안 될 것 같았을 것이다.
예전에는 좋은 투자를 좋은 회사를 싸게 사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밸류에이션은 중요하다. 싸게 사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그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사람을 남들보다 먼저 알아보는 눈.
예전에는 숫자를 잘 보는 눈을 갖고 싶었다. 이제는 사람을 잘 보는 눈도 갖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