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잘 모르겠는데, 돈 잃는 법은 일단 찾기 쉽다.
사람들은 보통 돈을 잃으면
“아 롱/숏 방향을 틀렸네”
라고 생각한다.
물론 방향 틀려서 잃는 금액이 제일 크긴 하다.
근데 비중을 아주 작게 하고 무한히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롱/숏 방향 맞추는 건 결국 50%에 수렴한다.
그럼 이론적으로는 방향을 틀려서 망한다기보단, 비중 조절을 실패해서 망하는 쪽에 가깝다.
그럼 진짜 확정 손실은 어디서 오느냐.
1. 호가 스프레드
살 때는 100.1불에 사고, 팔 때는 99.9불에 판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건 거래할 때마다 100% 확률로 조금씩 새는 돈이다.
2. 시장가 주문 수수료
시장가는 편하지만 비싸다.
지정가는 수수료가 낮거나, 어떤 곳은 무료거나, 심지어 메이커 리베이트가 붙기도 한다.
고레버리지 + 잦은 매매를 하면 고작 몇 % 차이가 몇백, 몇천만 원 차이로 커질 수 있다.
3. 저유동성 슬리피지
밈코인 매매할 때 분명 100불 보고 샀는데 평단은 105불에 잡히는 경우가 있다.
팔 때는 또 100불 보고 눌렀는데 실제로는 95불에 팔려 있다.
호가창이 얇으면 내가 주문 넣는 순간 차트가 드르륵 긁히고, 진입하자마자 손실을 먹고 시작한다.
4. 손절/청산 피뢰침
손절이나 청산이 자주 나가면 단순히 방향을 틀려서 잃는 것 말고도, 피뢰침에 강제로 긁히는 슬리피지 손실이 계속 붙는다.
즉, 롱/숏 방향성을 이상적으로 50% 맞춘다고 해도,
스프레드, 수수료, 슬리피지, 청산 비용 때문에 계좌는 구조적으로 조금씩 깎인다.
그래서 방향성을 60~70% 이상 맞추거나,
아니면 그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엣지가 없으면 돈을 못 버는 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제로섬 시장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계속 잃고 있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그걸 먹고 있는 것 아닐까?
누군가는 시장가로 긁고,
누군가는 급하게 손절하고,
누군가는 청산당하고,
누군가는 얇은 호가창에 몸을 던진다.
반대로 나는 호가 위아래에 지정가를 깔아두고,
그 사람들이 급하게 던지는 물량을 좋은 가격에 받아먹는다.
나는 이게 MM들이 먹는 가장 기본적인 엣지라고 생각함.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격 떨궈서 매집하고, 훅 올려서 개미 꼬신 다음 물량 떠넘기는 것”
은 MM이라기보다는 세력의 작전에 더 가깝고,
기본적인 의미의 MM은 유저들이 비합리적으로 내는 스프레드/슬리피지/시장가 비용을 야금야금 먹는 쪽에 가깝다고 본다.
내가 Vault로 위아래 거미줄만 쳐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나는 방향성을 50% 이상으로 맞출 자신이 없다.
차트 보고 “이건 무조건 오른다/내린다”를 맞힐 자신도 없다.
그래서 방향을 맞히려고 하기보다는,
남들이 급하게 사고팔 때 그 반대편에 지정가로 서 있으려는 쪽에 가깝다.
물론 ZEC, PURR 같은 놈들한테 제법 맞았다.
근데 그건 방향성을 틀려서라기보다, 결국 비중과 유동성 계산을 잘못한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작년 1010 사태 이후로는 뭔가 MM들이 많이 떠난 느낌도 든다.
그날 폭락으로 MM 회사 자체가 터졌을 수도 있고,
개미들이 대거 청산당해서 시장을 떠났을 수도 있고,
비합리적으로 잃어줄 사람들이 줄어드니 그걸 먹고 사는 MM들도 굳이 여기서 장사할 이유가 줄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코인판 고수들도 일찌감치 주식 쪽으로 많이 넘어간 것 같고.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우리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장가 주문,
잦은 손절,
얇은 호가창에서의 무리한 진입,
고레버리지 청산,
이런 것들이 전부 계좌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결국 개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차트에 선 긋고 방향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강제로 손절/청산당하지 않을 정도로 비중을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차트 보고 방향 맞히려는 건 솔직히
신이 되고자 하는 이카루스의 날갯짓에 가까운 것 같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