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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식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는 모든 것이 분석과 노력의 영역 같았습니다. PER와 PBR 같은 지표들을 깊이 파고들며 기업의 가치를 가늠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부터 AMD까지 포트폴리오를 신중하게 채워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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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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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식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는 모든 것이 분석과 노력의 영역 같았습니다. PER와 PBR 같은 지표들을 깊이 파고들며 기업의 가치를 가늠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부터 AMD까지 포트폴리오를 신중하게 채워나갔습니다. QQQ나 SCHD 같은 ETF들을 모아가며 든든한 방어벽도 세워봤습니다. 이 모든 공부와 투자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안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아직 어린 딸아이의 계좌에 미리 든든한 씨앗을 심어주기 위한 가장의 무거운 책임감이기도 했습니다. 시장은 열심히 공부하고 원칙을 세우면 정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곳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전은 이론과 달랐습니다. 시간 외 단일가 거래까지 참여하며 치열하게 매매에 임했고, 양도소득세까지 고민할 만큼 깊이 빠져들었지만,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코인판의 무법지대에서 크게 데인 후 "다시는 코인은 쳐다보지도 않겠다"며 상처를 안고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계좌를 때릴 때면 자연스럽게 시선은 밖을 향했습니다. 트럼프의 돌발 발언이 시장을 흔들어서,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이 만든 중동 리스크가 글로벌 투심을 망쳐서 내 계좌가 파랗게 멍든 것이라고 합리화했습니다. 거시 경제와 국제 정세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나는 어쩔 수 없는 피해자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러나 문득 멈춰 서서 손실을 직시했습니다. 트럼프가 내 손가락을 움직여 '매수' 버튼을 누르게 했는가? 네타냐후가 공포에 질려 '손절' 버튼을 치게 만들었는가? 치밀하게 계획했던 투자 비중을 지키지 못하고 흔들린 것도, 조급함에 쫓겨 원칙을 어긴 것도 결국 나 자신이었습니다. 외부의 악재는 주식 시장에 늘 존재하는 상수였을 뿐, 그 위에서 중심을 잃고 휩쓸린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습니다. 진정한 리스크는 뉴욕이나 중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내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었습니다. 남 탓을 멈추고 거울 앞의 자신을 마주한 지금부터가 진짜 투자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시장은 언제나 요동치겠지만, 이제는 외부의 노이즈에 핑계를 대는 대신 원칙을 다듬어 나가려 합니다. 후에 딸아이에게 물려줄 것은 단순히 숫자가 찍힌 주식 계좌가 아니라, 실패를 핑계 대지 않고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아는 단단한 태도일 것입니다. 저만 이렇게 깨닫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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