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의 작품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입니다. 서울, 뉴욕, 런던에서 자신이 실제로 살았던 공간을 얇은 천으로 그대로 복제합니다. 문과 계단, 스위치와 손잡이까지 있지만 실제로 생활할 수 있는 집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계속 자신이 살았던 집을 복제하고 있을까?
서도호가 이런 작업을 시작한 건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기였습니다. 뉴욕에서 지내며 서울의 집을 떠올렸지만, 실제 집을 미국으로 가져올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집의 무게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벽돌과 콘크리트 대신 천을 사용해 집을 접어서 다른 도시로 옮길 수 있게 만들었고, 결국 실제 건물보다는 집의 형태와 기억만 남긴 셈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기억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기억을 다루는 작품이라면 흐릿하고 감성적인 표현을 떠올리지만, 서도호는 반대로 벽의 길이부터 문, 손잡이, 콘센트까지 굉장히 정확하게 기록합니다. Rubbing/Loving 에서는 자신이 오랫동안 살았던 뉴욕의 집을 종이로 덮고 색연필로 직접 문질러 공간의 흔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결국 서도호에게 집은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살았던 집을 떠올릴 때 주소보다 복도의 길이나 창문의 위치를 먼저 기억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공간은 우리 안에 얼마나 오래 남아 있을까요?
현재 그의 작품은 MMCA 에서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