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산업은 불황 → 감산 → 재고 정상화 → 가격 상승 → 이익 급증 → CAPEX 확대 → 공급 증가 → 공급과잉 → 가격 하락 → 불황 이 과정을 반복함. 그리고 여기에는 결정적인 특징이 하나 있음. 공급은 수요보다 늦게 움직인다는 것.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기 시작하면 업체들은 처음에는 기존 생산능력으로 대응함. 그러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영업이익이 폭증하면 CAPEX를 늘리기 시작함. 그런데 반도체 생산능력은 돈을 쓴다고 바로 생기는 게 아님. 장비를 발주하고, 팹을 만들고, 장비를 반입하고, 공정을 안정화시키고, 수율을 끌어올려야 비로소 양산이 가능해짐.
즉 오늘의 호황이 내일의 공급을 만드는 구조임. 호황 초기에는 공급이 부족하지만 호황이 길어질수록 과거에 집행한 CAPEX가 하나둘씩 생산능력으로 전환됨. 1년차에는 공급이 부족하고, 2년차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기 시작하고, 3년차에는 경쟁사들의 증설 물량까지 겹치고, 4년차가 넘어가면 작은 수요 충격만으로도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짐.
이게 내가 말하는 4년 주기의 핵심임. 4년이 지나면 정해진 날짜에 신호처럼 메모리 가격이 폭락한다는 이야기가 아님. 메모리 호황이 4년 가까이 지속될수록 그 호황을 만든 투자 자체가 다음 불황의 씨앗으로 바뀐다는 이야기임.
그래서 역사적으로 장기간 이어진 메모리 호황은 결국 공급과잉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거고, 23년 불황 이후 24년부터 본격적인 이익 회복이 시작됐다고 보면 현재 사이클은 이미 후반부에 들어와 있음. 24년을 1년차로 잡으면 25년 2년차, 26년 3년차, 27년 4년차임.
따라서 내가 27년을 경계하는 이유는 단순히 “4년차니까 무조건 폭락한다”가 아님. 4년차쯤이면 과거 호황기에 집행된 막대한 CAPEX가 본격적으로 공급능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