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예스님과 도라이언님의 글을 보고서 주말에 제 투자와 위기상황에 대해 곱씹어보았습니다.
제 경우 가장 위험하게 잃었던 때는 제가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고 확실하게 생각했을때였던 것 같아요.
포커 용어 중 'Cooler' 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제가 엄청 강한 패를 받았지만, 테이블의 누군가는 그것보다 더 강한 핸드를 받는 상황인데요.
그러면 저도 그 상대도 높은 확률로 끝까지 가게 되고, 결국에는 저는 파멸을 맞게 되는거죠.
크립토 투자를 할 때도 저는 제가 강한 패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투자한 때가 있었습니다.
- 이미 위에서부터 충분히 물려서 곡소리가 나고 있고
- 제가 생각하는 펀더멘탈은 훼손되지 않았으며
- 팀이 활발하게 소통하고 적극적 (지금은 웃긴 이야기지만 예전에는 대답이나 업뎃만 착실하게 해줘도 믿을만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몇백m짜리 프로젝트들도 디코 드문드문 운영하는게 흔했으니)
이런 상태에서는 제가 좋은 패를 가지고 있고 계속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틀리면?' 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와 시나리오를 정립하지 않은 것이 파멸에 가까운 손해를 낼 때가 있었던 것이죠.
어느정도 물려있어도, 들고있는 포지션이 결국은 오를 것이라는 믿음은
- 누군가는 면밀한 분석의 결과로
- 누군가는 종교적 믿음으로
- 누군가는 물린거 그만 보고 앱삭제 후 현생살기를 통해
이루어졌을거고, 저는 이 포지션을 '들고 죽는다' 는 판단을 매우 자주 했습니다.
몇 번은 승리했고, 몇 번은 패배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수행들은 크립토의 '미덕' 인 '100x or nothing' 으로 포장되었고 제 각각의 의사결정을 정당화시키게 되었죠.
크립토에서 유동성이 빠지기 전까진
'어차피 여기서 다 잃어도 다음번에 10배짜리 먹으면 된다'
는 기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크립토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지고, 도박판에 더 이상 새로운 호구가 들어오지 않을 때,
주변을 둘러보고 분위기가 바뀐 것을 확인하고,
제 투자습관을 점검하고, 포지션을 줄이고, 변한 환경에 대해 조심스럽게 현금을 들고 (이건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군요) 관망하는 습관을 가지지 못했고
계속해서 줄어들어가는 칩으로 다음번엔 이길거라 생각하며 베팅을 계속했던 생황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못되었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구체화해서
-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잘못된것이고
- 어떤 가격선이 오면 잘못된 것이다
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설혹 떨어지는 칼날을 잡았더라도 살과 피를 조금 내어주면서 아프더라도 잡은 칼날을 놓는 방법을 배워두는게,
크립토가 아닌 다른 투자를 하더라도 장기적인 건강한 투자습관을 가질 수 있는게 아닐까 싶은 요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