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진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오히려 이곳으로 이주하거나 이주를 원하는 한국인 지인들은 늘어나고만 있습니다.
싱가폴에 산지는 7개월밖에 안 됐지만 왜 한국인이 싱가폴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지 이미 잘 느끼고 있기 때문에 몇 마디 적어봅니다. 고민이 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정치적 안정성
- 우파 좌파 가릴 것 없이 부패한 한국과는 달리 공직자들이 청렴하고 혼란스럽지 않다.
- 정부가 국가의 방향성을 정확히 잡고 있으며 일을 잘한다.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 그러므로 나라에 큰 변화가 없고 상당히 안정적이다.
- 많은 사람들이 돈 많은 북한이라고 놀리는데 맞다. 근데 김정은이 똑똑한데다가 청렴하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어느 정도의 자유도만 잘 유지되면 되는 거 아닌가? 게다가 말이 북한이지 사실상 상상하는 것의 98%는 다 가능하다.
- 환율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SGD/KRW, SGD/USD 보면 이 나라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감이 올 것이다.
- 하여튼 정치때문에 빡칠일은 거의 없다.
2. 편리함
- 더워서 불편하다는 말이 많은데..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불편할 일은 별로 없다. 오히려 원래부터 더웠던 나라이기 때문에 보도의 그늘막(shelter), 지하철이나 건물과 건물 사이의 지하통로,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대형 mall이 매우 잘 설계되어 있다. 진정 단점이라곤 사계절이 없고 항상 여름 기후라는 것 밖에.
- 최고의 인프라. 교통, 스포츠, 음식 등 모두 다양하게 잘 되어있다. 요즘엔 한식이 인기가 많아서 여기저기 맛좋은 한식점들이 많이 들어왔다. 특히 한국의 편한 인프라가 이미 너무 당연한 우리에겐 익숙한 점들이 많다.
3. 건강한 나라의 풍조
- 한국보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어렵지 않게 일반 헬스장, 하이록스, 크로스핏 전문 헬스장 등을 찾을 수 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하고 착하다. 영미권에서 말하는 Karen이나 Chad)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점이라면 재미없는 대화(?). 신라면 매운맛을 가끔은 먹고 싶은데 진라면 순한맛만 매일 먹는 느낌. 나쁘진 않음.
- 남이 무엇을 하든지 입든지 딱히 관심이 없다. 비교적 간섭의 수준이 높은 한국에 비해선 carefree.
-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굉장히 학구적이고 똑똑하다. 교회를 갔는데 거의 모두가 설교때 노트테이킹을 하길래 좀 놀랬다.
4. 연봉의 상방이 높고 세금이 낮다
한국에서 거의 불가능한 n천만원 월급을 받는 사람이 비교적 더 많다.
능력만 있다면 그 능력에 따라 섭섭하지 않은 보상이 실제로 가능.
세금은 버는거에 따라 다르겠지만 엄청 낮다. 최대 한계세율이 24%인데 24%를 내려면 약 10억 (1M SGD)넘게 벌어야 한다. 보통 10-20% 한계세율 안에 모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조금만 벌어도 30-40% 떼어가고 건보료도 나가버리니 아쉽다.
5. 기회의 폭과 깊이
미국 테크기업이 아시아에 거점을 잡으려면 99% 싱가폴 먼저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의 양 자체가 한국과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많이들 싱가폴국립대와 같은 좋은 대학을 다니며 인턴을 유수 MNC에서 3-4번 하고 졸업한 후 바로 좋은 금융, 테크 회사에 취업한다.
한국엔 크고 좋은 해외 금융/테크 회사가 많이 없으니 한국에서 빛나는 경험을 쌓기란 비교적 힘들다.
내가 아는 친구는 좀 유수한 인재이긴 하지만.. 대학교 2학년인데 내 회사(리플), 크립토닷컴, Wise에서 인턴을 했다. 애초에 이 회사들은 한국에 지사조차 없다. 이 친구는 졸업하면 보나마나 좋은 회사를 갈게 뻔하다.
6. 사실상 유일하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아시아의 선진국
나로 말하자면 영어를 쓰고싶지만 동시에 잘 사는 아시아 국가에 살고 싶기 때문에 사실상 싱가포르 말고는 별다른 옵션이 없다. 기회가 생겨도 딱히 영국, 미국, 호주, UAE 같은 나라에 갈 생각이 별로 없다. 돈은 어느 정도 벌고 싶은데 쫄보라 그래도 동양인 사이에서 어울리고 싶다.
필리핀 같은 후진국엔 살기 싫으니 사실상 옵션은 싱가포르 아니면 홍콩 정도로 좁혀지는데 사실 홍콩도 요즘엔 영어가 모국어라고 보긴 힘들다 (홍콩대 졸업생으로써..). 그러니 싱가포르밖에 없다.
7. 다국적 인재와 네트워킹
별별 회사에서 일하는 별별 사람이 다 있기 때문에 네트워킹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루마에는 매일같이 새로운 행사가 올라오고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앞서 말한대로 한국에 비해 싱가폴이 좋은 회사가 많으니 당연히 인재 풀도 좋고, 행사 참석시 좋은 인재와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8. 단점
간단하게 요약해드리겠다.
- 물가: 인간답게 살려면 월세를 최소 200-250은 잡고 봐야 한다. 결혼하면 400-500. 여기에 대한 나의 반론은 ‘어차피 그만큼 능력껏 벌면 문제는 없다’다. 식비, 교통비는 한국이 요즘 워낙 비싸져서 비싼 음식을 매일 먹지 않는 한 사실상 차이를 잘 모르겠다.
- 무미건조함: 평화롭고 안정적이니 단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좌충우돌의 삶을 원하는 사람에겐 맞는 나라는 아닌듯. 하이킹 할 수 있는 산도 없고 술담배도 비싸다. 한국에 비해 재미를 찾을 거리가 많이 없다. 난 원래 술담배 안하고 별거 안하는 노잼인간이라 상관이 없다.
- 자국민 보호: 좋은 나라인 만큼 싱가폴 국민에 대한 우선적인 혜택이 많다. 당연한 것이지만 외국인인 우리가 싱가폴에 진입하기엔 더 힘들다.
- 내가 싱가폴 빠돌이긴 한데 더 이상 단점이 생각나지 않는다..
9. 그래서 왜 지금인가?
- 앞으로 싱가폴만큼 아시아에서 성공하거나 성공의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만한 나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싱가폴에 진입하기가 더 치열해지리라 예상한다.
- 한국의 좋은 면은 대부분 그대로 가져오고, 나쁜 면은 해소한 나라처럼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야망이 있는 분이라면 지금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기회비용이 크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