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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을 무신론적 테크 엘리트로만 보면 그의 사상을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I believe Christianity is true”라고 말했고 자신의 믿음을 “다소 비정통적”이라고도 표현했다. 하나님을…

Posted
2026.09.0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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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을 무신론적 테크 엘리트로만 보면 그의 사상을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I believe Christianity is true”라고 말했고 자신의 믿음을 “다소 비정통적”이라고도 표현했다. 하나님을 믿으며, 그리스도의 육체적 부활은 실제 사건이고 영생은 실제 약속이라고 본다. 다만 전통 교리를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르네 지라르의 모방욕망·희생양 이론을 성경, 기술, 정치에 연결한다.

틸의 성경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은 “우리가 성경을 읽지만, 성경도 우리를 읽는다”이다. 성경이 계시라면 우리가 과거 문서처럼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욕망·질투·폭력·위선·군중심리를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성경을 하나님에 관한 신학인 동시에 인간이 폭력을 행사하고 숨기는 방식을 밝히는 인류학으로 읽는다.

지라르의 구조는 이렇다.

모방욕망 → 경쟁과 혼란 → 한 사람에게 책임 집중 → 추방·살해 → 일시적 평화 → 희생양의 신성화.

사람들은 남이 원하는 것을 보고 원한다. 같은 지위·재산·명예를 원하면 모델은 경쟁자가 되고, 갈등이 커지면 공동체는 한 사람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를 제거한 뒤 평화가 오면 그 사람은 위기를 일으킨 괴물이자 평화를 돌려준 신으로 기억된다.

틸이 보는 성경의 독특성은 이 과정을 정당화하지 않고 죽임당한 사람이 정말 유죄였는지 묻는 데 있다. 카인보다 아벨, 제국보다 억압받는 노예, 예수를 처형한 군중과 국가보다 무고한 예수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쓴다. 그리스도의 무죄는 군중의 만장일치와 국가의 판결도 거짓일 수 있음을 폭로한다.

그래서 죄는 금지된 행동의 목록보다 넓다.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고, 비교와 질투에 빠지고,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를 악인으로 만들고, 그 폭력을 정의라고 믿는 사회적 힘이기도 하다.

틸은 하나님을 섬기라는 첫 계명과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는 열째 계명을 연결한다. 위를 보지 않으면 옆을 보게 되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저 사람은 무엇을 가졌는가가 삶을 지배한다.

인간은 모방을 멈출 수 없다. 따라서 자유는 아무도 따르지 않는 데 있지 않고 누구를 본받을지 선택하는 데 있다. 틸이 그리스도를 모델로 제시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거나 군중이 만든 적에게 보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핵심도 고통 숭배가 아니다. 예수는 고통을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살리려고 다른 사람을 제거하지도 않았다. 틸의 해석에서 십자가는 인간 공동체가 저지른 악이고, 부활은 희생자가 무고했다는 하나님의 판결이다.

그는 부활을 심리적 재생의 상징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실제 영생이 있다면 신앙을 위해 현세의 손실을 감수하는 것은 자기파괴가 아니라 궁극적 현실을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 된다.

틸은 현대의 세속 이념도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마르크스주의와 일부 피해자 정치는 약자의 편에 서라는 기독교 윤리를 이어받았지만, 용서를 빼버리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새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다. 그의 질문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이다.

과학에 관한 주장도 독특하다. 과학이 마녀 화형을 끝냈다기보다 마녀·유대인·이방인을 재난의 원인으로 보지 않게 되면서 세균·환경·자연법칙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피해자 관점이 희생양 설명을 약화시키고 자연적 인과 탐구를 촉진했다는 지라르식 가설이다.

최근 적그리스도론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틸에게 적그리스도는 AI 로봇이나 노골적인 반기독교인이 아니다. 핵·AI·기후 같은 실제 위험에서 인류를 구하고 평화와 안전을 주겠다며 세계적 감시와 단일 권력을 요구하는 거짓 구원자다. 그는 기술의 위험뿐 아니라 기술을 통제한다는 명분으로 생기는 탈출 불가능한 권력도 경계한다.

틸은 “지라르는 교회에 가라고 했고, 나도 교회에 가려고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성결과 정치적 행동을 함께 강조한다. 그러나 희생양과 감시국가를 경계하면서도 강한 국가질서와 자신이 공동 창업한 Palantir의 국가·데이터 기술에 관여하고 있다.

틸은 부활과 영생을 믿는 개신교인이고, 성경 해석에서는 지라르주의자이며, 기술진보를 원하면서 그 진보를 통제할 세계권력을 두려워하는 정치신학자다.

https://youtu.be/918qslcfwfY?si=H74coQpIgBqFCr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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