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모드가 꺼지는 게 두려웠어요.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데, 나를 전문가 취급하는 상황들. 엑시트를 꿈꾸는 젊은 창업자들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제가 뭐라도 아는 사람처럼 비치는 게 무서웠거든요. "초심자의 마음에는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거의 없다"는 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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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에요. 패션 커머스에서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게 뭘까요? '커머스'예요. 처음에는 차별점으로 시작해도 궁극적으로 고객이 정말 원하는 건 '좋은 제품, 원하는 제품을 더 싸게' 사는 거죠. 그때부터는 누가 더 잘하냐의 싸움이에요. 정해진 룰 안에서 'better'를 겨루는 거죠.
그런데 저는 새로운 플레이를 하고 싶은 사람이지, 똑같은 경쟁 상황에서 남들보다 더 잘하는 덴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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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정말 많은 걸 원해요.크리에이티브도 훌륭해야 하고요.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진보해야 하고, 언제든지 고객센터 전화도 받아줘야 해요. 당연히 계산에도 일체의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그만큼 어느 하나의 문제도 용서되지 않는 냉정한 영역이에요. 제가 바로 그런 소비자거든요. 그만큼 빡센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면 조직이 한쪽만 잘하면 안 돼요.
그러니까 좋은 팀은 균형이 있어야 해.
당시 전화 받는 직원은 두 분이었는데요. 이분들이 회사에 대한 엄청난 애정으로 혼자 밤새우며 전화를 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인수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야근하며 고객센터 전화를 같이 받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때 그분이 눈물을 또르르 흘리시더라고요. 내가 입사한 이래 이렇게 누가 전화를 같이 받아준 일이 처음이라면서.
제가 생각하는 그 균형이 깨진 현상은 그런 거였어요. 그럼 균형을 어떻게 맞출 거냐.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내가 붙어서 전화받는 거다. 다른 방법보다는 사실 대표가 가서 전화받고 있으면 그건 그냥 중요한 일이 되거든요. 팀에서도 '아, 저게 중요한가 보다' 하고 일의 우선순위가 높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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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구간일 때 가장 어려운 게 팀원 동기부여일 것 같아요. 어떻게 그 시기를 버텼나요?
사실 전체 데이터를 보니까 '우리 회사가 위기다, 걱정된다' 그런 생각을 하지만요. 팀원들 각자의 업무로 내려가면 조금은 다른 국면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회사 매출과는 무관하게 콘텐츠 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든지, 기술적으로 개선하는 부분이 있다든지요. 회사도 회사지만, 개개인에게는 그 업무에서 각자만의 목표와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이 일은 도전해볼 만하다, 중요하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일의 맥락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거예요. 어떻게든 팀원들이 몰입감을 잃지 않도록요.
또 회사에는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회피하지 않고 그 문제를 어떻게든 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분들요. 그런 분들을 모아 대책 회의를 하고,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나갈지를 끊임없이 의논했어요. 모든 문제는 결국 사람으로 풀어 나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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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대표님 스스로는 어떻게 동기 부여하셨나요.
해야 하니까 그냥 하는 거죠(웃음). 기본적으로는 책임감이 컸고요. 사실 창업 초반에는 '일이 재미있다, 없다'를 개인적인 관점으로 생각했던 시기가 분명 있었어요. 그러다 중간에 정신을 차렸죠. 여기서 개인적으로 이 일이 동기부여가 되고 안 되고를 따지면 안 되겠다. 대표는 그런 걸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그게 대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체가 잘 되게 하는 게 내 일인데 그걸 두고 내 취향이 어떻게 성향이 어떻고… 이런 걸 생각하는 건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겠다. 그 생각을 나중에, 뒤늦게 하게 됐던 것 같고요.
특히 회사가 힘들고 매출 안 나고 그런 시기에는, CEO가 다룰 수 있는 상황이 다채로워질수록 CEO의 역량도 큰다고 일종의 정신 승리를 했어요. 마치 RPG 게임에서 여러 스킬을 모으듯요. 상황이 호시절일 때 A, B, C 스킬을 습득했다면 지금은 X, Y, Z 스킬을 모으는 거다.
진짜 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은 내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어렵고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있는지, 힘든 뉴스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그런 잘 조명 받지 못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경험을 하나씩 '득템'하면서 스킬 셋을 장착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어려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대표의 일을 더 잘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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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는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다. 한 번 창업자로 산 이상 조직에 가서 어울리려 하지 말고, 창업자의 역할로 세상에 기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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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해 보일 정도로 한 우물 파는 거 아니야?' 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창업자들이 10년 텀이 지나 보면 그 분야에서 넘버원이 되는 경우를 자주 봤어요. 그래서 유혹을 견디고 과한 욕심을 안 부리는 게 중요하구나.
언행일치? 전략이 아니에요.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회사가 해야 하는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긴 시간 동안 해내는 브랜드가 드물다는 걸 플랫폼업을 하는 동안 느꼈죠. 그래서 지난 창업 여정에서도, 개인으로서도 추구하는 건 딱 그거 하나예요. 약속을 지키는 것, 언행을 일치시키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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