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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_적자생존 기록실
Telegram · @helpmeonestep

사람 마음은 묘하다.

Posted
2026.09.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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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대신 현재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증거로 슬쩍 바꿔버린다.

A주식을 팔아서 후회했으니
지금 주식은 팔지 말자.

겉으로 보면 경험에서 배운 것 같지만, 어쩌면 전혀 다른 두 판단을 억지로 하나로 묶고 있는지도 모른다.

A를 더 들고 있었어야 했다는 것과 지금 들고 있는 종목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움직이지 않는 종목에는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있고
올라가는 종목에도
올라가는 이유가 있다.

시장의 관심이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수급이 비어 있을 수도 있다.
시장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을수도 있다.

반대로 내가 처음 판단한 기업가치가 틀렸을 수도 있다.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산업의 방향이 변했을 수도 있다.

기다리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내가 잘못 산 종목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장기투자'라는 말은 이런 불편한 질문을 피하기에 꽤 좋은 방패가 된다.

주가가 떨어지면 장기투자라고 말하고
오르지 않으면 저평가라고 말하고
오래 물려 있으면 인내라고 부른다.

그러다 주가가 오르면
마침내 내 분석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가치투자와 자기합리화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느냐가 아닐 지도 모른다.
무엇을 믿고 기다렸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업의 이익이 좋아질 것이라는 판단인지 자산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싸다는 근거인지, 산업의 변화 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생각인지.

적어도 내가 처음 주식을 샀던 이유가 여전히 살아 있는지는 계속 확인해야 한다.

그 이유가 살아 있다면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 시간도 견뎌볼 수 있다.

반대로 처음 샀던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마음 하나로 버티고 있다면 그것은 기다림이라기보다 미련에 가까울 수 있다.

내 투자의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금 찍혀 있는 주가가 정답인지,
내가 계산한 가치가 정답인지,
아니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판단이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하나는 조금 분명해졌다.

주식에서 필요한 것은
무조건 오래 버티는 끈기기 아니라,
기다려야 할 이유가 아직 남아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면서 버티는 끈기인지도 모른다.

A를 조금만 더 들고 있었다면
지금 꽤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주가 그래프를 바라보며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없다.

남는 것이 있다면 다음번에 같은 상황을 만났을 때 내가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지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계좌를 다시 한번 열어본다.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보다
먼저 물어볼 것이 생겼다.

'나는 이 주식을 왜 아직 들고 있지?'

#프록시마님

https://m.blog.naver.com/zest258/22439861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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