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남을 둘러싼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단연 HBM이다. AI 가속기 성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GPU에 빠르게 공급하는 HBM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 됐다. 엔비디아가 올해 본격 양산에 들어간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에도 HBM4(6세대)가 탑재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는 엔비디아를 상대로 HBM4를 공급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HBM4E(7세대)와 HBM5(8세대) 등 후속 제품까지 공동 개발·최적화하는 체제를 구축 중이다. AI 반도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가 정해진 뒤 메모리를 골라 끼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GPU와 HBM을 초기 설계 단계부터 함께 맞추는 ‘공동 설계’ 성격이 강해지는 추세다. 메모리 업체가 엔비디아의 향후 GPU 로드맵을 얼마나 일찍 공유받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 6월 방한했던 황 CEO와 만나 HBM4E와 HBM5를 비롯한 차세대 HBM의 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올 2월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5월에는 HBM4E 12단 제품의 고객사 샘플 공급도 시작했다. 향후에는 고객의 GPU 구조에 맞춰 메모리 성능과 전력,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커스텀 HBM’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뉴욕 만남에서는 삼성전자의 또 다른 강점인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협력이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전 부회장과 황 CEO는 지난 6월 회동에서 HBM뿐 아니라 차세대 파운드리 분야의 협력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한 회사 안에서 모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관계가 단순한 HBM 공급 업체와 고객사를 넘어 AI 칩 생산 전반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 회장이 이끄는 SK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은 이미 메모리를 넘어 AI 인프라로 확대됐다. 양사는 올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SK텔레콤이 엔비디아의 ‘DSX’ 플랫폼과 베라 루빈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내용의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HBM 등 차세대 AI 메모리를 장기간 공동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파트너십도 맺었다.
AI 팩토리는 수만~수십만 개의 GPU를 연결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다. AI 산업의 경쟁 축이 개별 반도체의 성능에서 GPU와 메모리, 네트워크, 전력·냉각을 묶은 거대한 시스템으로 옮겨가면서 엔비디아는 AI 팩토리 전체를 공급하는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SK는 통신·데이터센터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를 결합해 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https://www.sedaily.com/article/20095274
